“연기하고 취소하고, 이럴거면 사전청약 왜해”…29곳중 2곳만 약속지켜

인천가정2지구에서 이미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사업을 취소하는 사례가 최초로 발생한 가운데, 사업시행자인 심우건설은 은행에 토지대금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외에도 인허가 지연,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본청약을 한없이 지연시키고 있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사전청약 무용론이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2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가정2지구 B2블록 우미린의 사업시행자이자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LH로부터 해당 공동주택용지를 사들인 후 금융권에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020년 12월 LH로부터 용지를 분양받은 후 중도금도 일부 내지 못해 토지계약이 자동 해지됐다.

심우건설에 토지 분양대금을 대출해준 금융권은 지난해 이미 채권 금액만큼의 반환을 LH에게 요청했다. 통상 건설사가 토지를 분양받고 대출을 실행할 땐 토지를 공급하는 LH, 건설사, 은행 등 3자간 대출협약을 맺는다. 협약에는 정해진 기일 내에 건설사가 이자를 못 내면 금융기관이 채권 금액만큼 LH가 대신 지급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갚을 능력없는 건설사 대신 LH로부터 채권회수를 하기 위함이다.

토지 계약은 협약에 따라 자동 해지됐다. 토지대금이 6개월 이상 연체되고, 금융기관의 채권금액 반환 요청이 있는 경우 LH는 계약을 의무적으로 해지해야 한다. 심우건설은 그간 LH에 낸 중도금 일부와 은행에 지급한 이자 일부의 손해를 떠안게 됐다. 토지계약금 약 65억원(분양가의 10%)도 돌려받지 못한다.

LH는 이 토지를 재공급할 계획이다. 공급가격은 2020년 심우건설과 계약한 금액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향후 분양가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사전청약

인천가정2지구 B2블록은 지난 2022년 3월 문재인 정부가 주택 조기공급을 위해 마련한 민간분양 사전청약의 6회차에 포함된 곳이었다. 당시 278가구 모집에 총 607건이 접수돼 사전청약 경쟁률치고 매우 저조했다. 당시 2023년 3월 본청약, 2025년 11월 입주를 목표로 사업이 추진됐으나, 지난해 본청약은 ‘깜깜무소식’이었다. 본청약이 기약 없이 지연되자 사전당첨자들은 우르르 당첨지위를 포기하고 나섰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최근까지 사전당첨자 278가구 중 85%가량이 이탈해 본청약해도 사업성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인허가 지연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사업을 접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업성이 낮아 금융권과 LH에 이자와 중도금을 일부러 내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민간 사전청약은 오래전부터 무용론이 제기돼왔다. 인허가 지연과 고금리,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본청약이 대거 연기되며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당첨자 지위를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본지 분석결과, 올해 1월 기준 본청약이 실시됐어야 하는 민간 사전청약 단지들은 총 29곳인데, 이중 약속한 기간 내 본청약이 이뤄진 곳은 단 두 곳뿐이다. 나머지 27곳 중 12곳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5개월씩 지연된 뒤에야 겨우 본청약을 진행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단지별로 적게는 30%, 많게는 86%가 당첨자 지위를 포기했다. 남은 15곳은 아직 구체적인 본청약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인허가 지연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인허가 절차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공급 실적 목표에 매몰돼 사전청약을 독려한 게 현재의 사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민간 사전청약 공급을 중단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9·26공급대책을 통해 건설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택지에 대한 전매를 허용했으나, 약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전매가 이뤄진 택지는 한 곳도 없다. LH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아 양수인을 못 찾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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