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보다 싼값에 … 청년 맞춤 ‘공유 임대아파트’ 나온다
서울 여의도 소재 기업에서 일하는 30대 김 모씨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공유주택에 살고 있다. 원룸 형태인 전용면적 24㎡ 크기다. 4년 전에 거주하던 방 3개, 화장실 2개짜리 집과 비교하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김씨는 “큰 불편은 없다”며 “고가의 장비를 갖춘 회의실도 별도 비용 없이 빌려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는 공유주거 내 회의실에서 보고 계절마다 바뀌는 옷과 물품은 간이형 창고에 보관한다.
22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유주거 아파트를 비롯해 주택공급 유형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유주거란 침실·화장실 등 필수 개인 공간은 개별로 제공하면서 주방·거실·체육시설 등 공유 가능한 공간은 입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형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요를 조사해보면 예전과 달리 싱크대가 있는 부엌이나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 등을 활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젊은 층의 달라진 공간 활용 패턴을 고려한 주택공급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에 거실·주방·세탁실 등을 공유하고 워크센터·스터디룸 등 코리빙 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공유 아파트’를 보급하는 안부터 검토하고 나섰다. 이 같은 주택을 공공임대에서 시작해 반응이 좋으면 공공분양까지 넓힌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공유주거 외에도 주택 유형을 최대한 다양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아파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주택공급 형태를 다양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750만2000가구)에 달했다. 5년 전(2017년 28.6%)보다 비중이 5.9%포인트 늘었다. 한 가구당 평균 구성원 수도 2010년 2.8명에서 2022년 2.3명까지 줄었다. 2030년에는 가구당 구성원 수가 평균 2명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민간개발 업계는 공유주거 등 새로운 주거 형태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공공에서 새로운 유형의 주택공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민간사업 확대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는 “정부에서 관심을 보인 것만으로도 더 다양한 주택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 실험이 성공하려면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유주거는 주택 자체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관리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민간에서 선보인 공유주거 시설에서는 건물 내 카페·회의실·헬스장·도서관·테라스 등 여러 공용 공간을 제공해 입주민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입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애매한 위치인 공유주거를 어떻게 규정할지도 과제다. 현재 공유주거는 뚜렷한 용도 없이 호텔·기숙사 등 다양한 건축물 형태로 인가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형을 통일하거나 인허가 단축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분양에서 공유주거 형태 숙박시설이 확대되려면 기존 공유주거에 대한 용도 변경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유주거 확대로 민간이 주도하는 대규모 임대주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1·10 부동산대책에서 정부는 기존보다 임대 리츠가 대출받을 수 있는 기관을 늘려 투자 재원을 다변화하고 자금조달이 쉽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보험사 위주인 임대 리츠 대출 가능 기관을 연기금이나 공제회, 공단 등으로 넓힌다는 것이다. 특히 기금이 투자하는 임대 리츠 시 심사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도 발표돼 주목된다. 내부수익률(IRR) 산정에 활용되는 주택가격 상승률을 현행 수도권의 연간 1.5%에서 2%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병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사장은 “연간 주택가격 상승률을 현실화하면 현행 평균 3% 미만인 IRR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