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분양받은 2만가구 ‘발 동동’…분양보증·시공사 교체로 안정 총력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하며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중요해졌다. 정부는 태영건설 특유의 경영에서 비롯된 상황이라 다른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시장에선 금융시장 전체의 유동성 경색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은 만큼 건설업권 및 PF 사업장을 큰 틀에서 살펴보면서 연착륙 전략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회의 멤버들이 참석한 비상거시경제금융 회의가 29일에도 열려 PF 위기 등에 대해 점검할 예정이다.

28일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감독원·산업은행 등 관계부처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대응방안 정부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분양계약자와 협력업체 보호조치를 즉각 이행하고,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안정 조치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계약자가 있는 곳은 총 22곳(9월 말 기준), 가구수는 1만9869가구다. 이 곳 중 14개 사업장(1만2395가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다. 14곳은 사업을 계속 진행해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 HUG 주택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을 돌려줄 계획이다. 나머지 8곳 사업장도 기본적으로는 태영건설이 계속 시공하고, 필요시 대체 시공사를 찾는다.

다만 태영건설 관련 현장에선 분양 계약자와 조합원들이 위기감도 감지된다. 경북 구미 그랑포레 데시앙 분양 계약자는 “현재도 분양 계약률이 저조한데, 워크아웃 신청으로 앞으로 계약하려는 사람이 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또 다른 사업장인 경기 의왕 오전나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가 잘 지어질 수 있는 거냐고 걱정하는 조합원들 전화가 많이 왔다”고 전했다.

태영건설이 토지만 매입한 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직 분양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장 38곳 중 정상적으로 가능한 곳은 태영건설이 시공을 계속한다. 그렇지 못한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 사업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 조치가 이뤄진다. 정부가 일관되게 강조해온 연착륙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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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의 하도급사와 협력업체들에 대해선 금융지원에 나선다. 정부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140건의 공사를 진행 중인데, 이와 관련한 협력업체는 총 581개, 하도급 계약은 1069건이다. 하도급계약 중 96%(1057건)는 건설공제조합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 합의가 돼 있어 태영건설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에서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30% 이상)가 높은 하도급사에 대해 우선적으로 금융기관 채무를 일정 기간(1년) 상환유예 또는 금리감면 정책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는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태영건설과 시공 도급 계약을 다수 맺은 한 신탁사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하도급업체에게 비용 지불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리가 직접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그래야 공사 중단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태영건설이 시공능력 16위의 중견 건설사인 만큼 워크아웃 신청으로 향후 금융권이 건설업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꺼리지 않도록 업계 관련 지원책도 내놓았다.

이날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금 상황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금융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불안 심리 확산 차단에 나섰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PF 사업장에 대한 과도한 자금회수가 나타나지 않도록 상시 점검할 계획이다. 또 조만간 건설업계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 방지를 위해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도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건설사 발행 회사채·CP와 건설사 보증 PF-ABCP 차환 프로그램은 확대 시행하고,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한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은 이날 태영건설에 대한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 통지했다. 산은은 내달 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워크아웃 과정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 10월 일몰됐다가 지난 26일 재시행된 후 첫 적용 사례가 될 전망이다.

내달 11일 예정된 제1차 협의회에서는 워크아웃 개시 여부, 채권행사의 유예 및 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 PF 사업장 관리 기준 등이 결정된다. 이에 앞서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한 채권자 설명회는 내달 3일 열린다.

태영건설은 다수의 PF 사업과 SOC 사업을 벌이고 있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은 물론 금융채권자와 PF대주단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산은은 판단했다. 향후 산은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자, 주주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채권단과 이해당사자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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