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에게 열려있는 서울…‘메가시티 잠재력’ 도쿄보다 한수 위”

“메가시티 성패의 열쇠는 뛰어난 인재, 유연한 기업, 그리고 이들을 잇는 연결성 세 가지다. 서울은 개방성이 매우 높은 도시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 중 최고의 메가시티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도시경제학 권위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9일 매일경제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21세기 메가시티 리전(초광역도시권)의 출현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이고, 심지어 기존 국가 체계가 이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며 메가시티 필수 요소로 위의 세 가지를 꼽았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메가시티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글레이저 교수에게 메가시티의 방향과 문제점 등을 물었다. ‘도시의 승리’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그는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에게 나온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교육, 기업가 정신, 인재 등을 끌어모을 수 있는 도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레이저 교수는 먼저 인적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도시에 스타트업이 많다는 것은 창업정신이 잘 발휘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한국은 그동안 산업 챔피언(대기업)들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대기업이 많다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지만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며 “서울에서 스타트업이 더 활발했더라면 강력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서울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일본 도쿄 이상의 초광역도시권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글레이저 교수가 주목한 부분은 개방성 측면이다.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한류와 디지털·IT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서울의 개방성은 아시아에서도 최고의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며 “이를 무기로 인재를 끌이들인다면 세계에서도 선도적인 메가시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레이저 교수는 메가시티 조성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구 밀집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게 정부의 가장 큰 과제라고 판단했다. 도시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적재 용량을 넘은 트럭’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식한 셈이다. 그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거대 도시에서는 이동 문제와 전염병, 범죄율이 높게 나타났다”며 메가시티 조성도 이같은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 초광역도시권은 세계에서도 성공한 메가시티로 인정받지만 이상적인 모델은 아니다”며 “지역권을 대표하는 경제산업군이 일정 분야에 너무 치우쳐 있고, 거주지역을 충분히 조성하지 못해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을 사람들에게 제공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메가시티 조성 속도가 빨라지면 중앙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시 비대화를 관리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치안, 방역, 교통 같은 기능은 오히려 강화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앞으로 도심 내 자율주행차가 늘어나면 교통체증이 심해질 수 있다”며 혼잡통행료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사람들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빈도가 높아져 교통체증이 심해질 수 있는데, 싱가폴처럼 혼잡통행료를 징수해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메가시티 조성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만큼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메가시티를 움직이는 활력은 결국 민간 영역에서 나온다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는 메가시티로 자본과 경쟁력 있는 인력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을 마련한 후 시장에서 빠져줘야 한다”며 “메가시티의 궁극적인 경제적 힘은 민간영역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정부가 과도한 규제로 공간이용을 제한하거나 기업 진입장벽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값 문제도 민간 주도의 충분한 공급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메가시티 논의가 시작되면 항상 제기되는 서울 중심의 ‘일극화’ 우려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글레이저 교수는 “기업이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것처럼 도시도 서로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고 믿는다”며 “중앙정부는 서울을 편애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다른 지역에 인위적으로 특혜를 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메가시티가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구상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글레이저 교수는 “인구 밀집도가 높으면 사람들이 더 작은 집에 살게 되고 자차보다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만큼 인당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서 서울로 자동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던 사람이 수도권광역철도(GTX)가 깔리면서 대중교통을 통해 이동하게 되면 보다 환경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메가시티 구상은 좋은 대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기후위기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학과 정부의 선견지명이 두루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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