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의 역설’… 송파가 동대문보다 저렴
서울 송파구에 조성되는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이 이달 본격 분양에 나선다. 올해 들어 처음 나온 강남3구 분양 물량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다 보니 최근 청약을 진행한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자이보다도 분양가가 낮게 나와 실수요자들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DL이앤씨 컨소시엄은 오는 13일부터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에 대한 청약을 받는다고 5일 밝혔다. 청약 일정은 13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4~15일 1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후분양 단지라 2024년 9월 입주 예정이다.
문정동 136 일원 재건축을 통해 짓는 이 단지는 지하 2층부터 지상 18층, 14개 동으로 설계됐다. 전체 1265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이 가운데 299가구가 분양 물량으로 공급된다. 전용면적별로 살펴보면 49㎡ 184가구, 59㎡ 64가구, 74㎡ 51가구로 각각 구성됐다. 중소형 평형 위주다.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물량은 조합원에게 배정돼 일반분양으로 나오지 않는다.
분양가는 전용 49㎡가 7억원 중반대, 전용 59㎡가 8억원 후반대, 전용 74㎡가 10억원 후반대로 책정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게 나왔다. 1990년대 지은 인근 문정동 대우푸르지오1차는 지난 9월 전용 59㎡(9층)가 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신축 시세는 더 높게 형성돼 있다. 작년에 준공된 송파구 거여동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은 지난 9월 전용 59㎡(19층)가 11억9000만원에 팔렸다. 이는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보다 3억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소 2억~3억원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며 “올해 청약에 나선 다른 단지들과 비교해도 저렴하게 나와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전용 59㎡ 분양가가 9억~10억원대로 책정됐다. 지난 9월 청약받은 후분양 단지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전용 59㎡ 분양가가 10억원대였다.
높은 경쟁률이 예상되면서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실 분양가상한제로 득을 보는 사람은 ‘로또 당첨’과 같이 소수”라며 “분양가를 규제하다 보면 정비사업이 늦어지고 이는 결국 공급 부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도 “분양가상한제 기준이 되는 52개 항목을 조금 더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택지에선 저렴하게 특별공급하되 일반분양은 시장 가격을 어느 정도 더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건 역효과가 더 클 것이란 우려도 컸다. 박 대표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공급량과 아닌 아파트 공급량 간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를 다 풀어버리면 모두 분양가를 높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청약이 무용지물이 되고 오히려 미분양이 쌓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추첨제 물량이 많은 점도 청약 흥행에 유리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26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의 소형평형 주택(전용면적 60㎡ 이하)의 추첨제 물량(60%)을 신설했다. 이후 수도권 대다수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으나 강남3구와 용산구는 여전히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남았다.
송파구에서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은 일반분양 물량 299가구 중 대다수인 248가구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평수다. 170여 가구가 가점과 소득기준 등을 요구하지 않는 추첨제로 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