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게 추천하는 지역주택조합?…“이것 조심하세요” 피해사례 배포
내 집 마련을 꿈꾸던 A씨는 2020년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한 지역주택조합의 홍보관을 방문했다. 당시 조합 측은 “토지확보율이 80% 이상이고 이미 법적 요건을 갖췄다”며 “2년 뒤 착공해 2025년이면 입주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A씨는 이 말을 믿고 조합원으로 가입했지만 2년 뒤 거짓임이 드러났다. 조합 측이 말한 토지확보율은 ‘토지소유권’이 아닌 ‘토지사용 동의서’ 비율일 뿐이었다. 비슷한 이름이지만 실제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건 토지소유권이다. 알아보니 조합이 진짜 확보한 토지소유권 비율은 15%도 채 되지 않았다.
31일 서울시는 지역주택조합의 이 같은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피해사례집’을 무료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지역주택조합을 둘러싼 갈등이 늘고 있어 사례집을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례집에는 특히 많이 발생하는 4가지 문제 유형을 소개했다. △조합가입 계약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조합업무 대행사 비리 문제 △사업추진 기간 불확실성 문제 △조합탈퇴 분담금 환불 문제 등이다.
조합 가입 단계에선 토지확보율이나 사업계획을 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명 건설사가 시공할 예정이라고 아예 거짓 내용을 내세우기도 했다. 조합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가 사업비를 개인적으로 쓰거나 용역비를 부풀려 계약하는 문제도 상당했다. 또한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주택 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토지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일부 토지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거나 이른바 ‘알박기’가 생기면 사업이 장기화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조합원의 임의탈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절차에 따라 탈퇴를 하더라도 납부한 분담금을 환불해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지역주택조합은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경우엔 신축 아파트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조합가입 전 주의가 요구된다”며 “지역주택조합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지속 홍보 및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