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로또 나만 놓쳐”…36억 반포자이도 ‘흑역사’ 있었다는데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이야기지만 반포자이(서울 서초구)도 분양 당시에는 미분양 때문에 미국 뉴욕, 뉴저지 등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사두면 대박난다’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당시 경제 상황이 어려웠는데, 결과적으로 사서 버틴 사람들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서울 서초구 공인중개사 A씨)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과거 미분양 단지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살아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과 미분양 주택의 입지·미래 가능성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일 국토교통부 7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후 미분양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3.8% 감소하며 지난 해 10월 이후 9개월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향후 공급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와 할인 분양과 같은 가격 매력 등이 더해지면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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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가격 상승을 감안할 때 구축아파트보다 신축 단지가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인 40대 직장인 B씨는 “회사와 가까워 분양할 때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에 고민을 했다”며 “최근 다시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어차피 살거면 신축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선호도가 높은 단지들도 분양 당시에는 다양한 요인으로 미분양에 시달리다가 ‘가격 대박’을 낸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권의 ‘핵심 단지’인 반포자이는 2000년대 후반 분양 당시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GS건설은 당첨자의 40%가 계약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GS건설은 계약금 10%를 내면 잔금 납부일을 입주자 사정에 따라 최대 6개월 연장해주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자금 여력이 있는 입주자가 잔금을 6개월 전에 미리 내면 ‘선납할인’ 형태로 미리 낸 날짜만큼 분양가를 깎아주기도 했다.

래미안 퍼스티지(서초구) 역시 미분양을 피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단지는 20009년 4월 단지 외벽에 ‘해외교포 방문단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기까지 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해외 교민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다.

도곡동의 타워팰리스(2000년) 역시 2000년 분양 당시 미분양을 피하지 못했다. 초기 분양률이 20~30%에 머문 탓에 미분양 물량의 일부를 삼성 고위 임원들에게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미분양 문제는 2010년 중반까지도 지속됐다.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서초구)는 절반 가량이 미분양이었던 탓에 입주를 7개월 가량 앞두고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매입 3년 뒤 건설사에 되팔 수 있는 ‘리스크 프리’ 제도를 적용했다.

서울 강북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마포구)’ 역시 2012년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0.42대1에 불과해 미분양을 피해가지 못했다. 서대문구의 DMC파크자이는 1054가구를 대상으로 일반분양을 진행했지만, 청약자수는 103명에 그쳤다.

이같은 단지들의 공통점은 입주와 함께 빠르게 가격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10억8000만~11억7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된 반포자이는 입주 2년 만에 매매가가 14억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단지는 지난 달 초 전용 84㎡가 36억원에 거래되면서 분양가 대비 세 배 넘게 가격이 올랐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는 가장 비싼 분양가가 11억2000만원이다. 이 단지는 2년 뒤 같은 전용면적 최고가가 16억원 후반까지 치솟았다.

다른 단지들도 부동산 시장 상승세 속에 십수억원은 훌쩍 뛰어넘는 서울의 핵심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미분양 단지는 과거 미분양 시장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에서 ‘알짜 입지’로 통하는 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일찌감치 소진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보고에 따르면 반포자이 분양이 이뤄진 2009년 서초구의 미분양 물량은 그해 5월 269가구까지 치솟았다. 서초구는 2019년 12월 미분양 물량이 모두 소진된 이후 지난 6월까지 단 한 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없다.

강남구 역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2014년 7월까지만 해도 미분양 주택이 50가구에 달했지만, 요즘에는 미분양 주택을 찾아보는게 쉽지 않다. 2000년대 후반 미분양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는 정부가 양도세 완화 등의 대책을 꺼내들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미분양 문제와 관련해 대책을 꺼내들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도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박 교수는 “지금이야 ‘강남 아파트는 사두면 무조건 오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2000년대 후반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 침체가 심각했다”며 “미분양 단지 매입은 언젠가 오른다는 막연한 기대감보다 가격, 입지 경쟁력, 향후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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