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아파트 입주 ‘뚝’…역전세 줄어든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전 모씨는 내 집 마련 문제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전세를 알아보려고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씨는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확 줄어든다는데, 전세와 매매 모두 같이 가격이 더 뛰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상승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입주 물량 급감이 예상되면서 신축 아파트 품귀 현상에 따른 매매·전세 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직방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아파트 예정 입주 물량은 1만3841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입주 물량 3만346가구 대비 54.4%(1만6505가구) 감소한 수준이다. 1만3841가구는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2020년 4만5703가구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2만6834가구, 2만801가구를 기록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공사 진행 속도에 맞춰 반영되는 입주 물량은 분양 물량과 달리 규모가 크게 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전세 수요를 흡수하는 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입주 물량이 늘어난 강남 일대는 전셋값이 조정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 3월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 3300가구 입주가 이뤄졌을 때 매물이 늘면서 전용면적 59㎡ 전세 가격이 당시 6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규모 신축 단지 입주가 이뤄지면 시장에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주변 아파트 전세 가격도 하향 조정을 받는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강남권에는 2990가구 규모 래미안 원베일리(서초구 반포동), 6702가구 규모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강남구 개포동)에서 입주가 이뤄진다. 아실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는 이날 기준 2802가구가 매물로 나와 있다. 이 가운데 전세 매물은 절반이 넘는 1448가구에 달한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자금이 부족한 원베일리 기존 조합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내놓은 전세 매물이 늘어나면서 주변 단지 전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눌림 현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강남 일대 공급 물량은 여전히 희소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과거 헬리오시티가 입주할 때 주변 전셋값에 영향을 많이 미쳤는데 1~2년 지나고 금방 회복이 됐다”며 “반포동, 개포동은 수요가 많고 선호지역이라 눌림 기간이 짧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도 전세 대기 수요에는 부담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 5월 셋째주 조사에서 상승전환한 이후 11주 연속 상승 중이다. 상반기 입주 물량이 쏟아진 강남구 역시 최근 13주 연속 전세 가격이 오름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의 한 해 입주 물량은 못해도 2만가구는 돼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면 전세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지지하는 부동산 시장 특성상 매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전세 가격이 오름세를 타면 최근 문제가 되는 역전세난은 상대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