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하나면 노후 빵빵할 줄?…텅빈 채 걱정이었는데, 이런 횡재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거주하는 박 모씨(38)는 한 달에 두세번 가족들과 캠핑을 다닌다. 그런데 캠핑 장비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세 가족이 함께 사는 전용59㎡인 그의 아파트엔 장비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최근 집 근처 빌딩 지하에 있는 가로·세로 1m 넓이의 ‘개인용 창고’를 매달 8만원을 주고 빌려 캠핑 용품과 철 지난 옷 등을 보관하고 있다. 그는 “집 주변에 개인창고가 많이 생겼더라”며 “넓은 집으로 이사가려면 돈도 부족한데 훨씬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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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업계에서 공유형 개인 창고, 이른바 ‘셀프 스토리지(self storage)’가 주목받고 있다. 도심 내 건물이나 지하철 역사 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캐비닛 또는 부스 형태의 창고를 만들어, 매달 일정 금액을 받으며 개인에게 빌려주는 사업 형태다. 좁은 집에 살림살이가 많아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다. 최근 공실 문제로 속을 끓이는 건물 주인에게도 공유 개인창고는 쏠쏠한 수익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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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글로벌 부동산 종합서비스기업 존스랑라살(JLL) 코리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유형 개인창고 지점은 올해 5월 기준 300여 곳 정도다. 작년 같은 기간에 200여 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50% 증가했다.

국내 1위 업체인 세컨신드롬이 운영하는 ‘다락’이 69곳, 아이엠박스코리아가 운영하는 ‘아이엠박스’가 24개 지점을 운영한다. 이밖에 또타스토리지(서울교통공사), 박스풀, 큐스토리지 등 국내 업체와 엑스트라스페이스, 스토어허브 같은 외국계 기업이 한국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아직 도입 초창기지만 공유형 개인창고는 해외에선 이미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리서치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 약 40조원, 일본도 연간 약 64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공유형 개인창고가 주목받는 것은 1인 가구 증가와 집값 급등이 맞물린 사회 현상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는 2021년 기준 716만5788가구로, 전체의 33.4%에 육박한다. 이같은 상황 속에 2021년 기준 국내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약 29.7㎡(약 9평)로 2년 전(33㎡·약 10평)보다 10% 줄었다.

공유형 개인창고는 넓이 1~ 5㎡, 높이 1~2m로 다양하다. 비용은 업체나 지역마다 다르지만 1㎡ 기준 월 4만~10만원 정도다. 서울 광화문·강남역 등 오피스 밀집 지역뿐 아니라 서울 왕십리, 성수동, 봉천동 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도 많다. JLL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공유형 개인창고 지점 약 300개 중 절반이 넘는 약 53%가량이 서울에 있고, 경기도(30.4%)와 부산(7.8%)이 뒤를 이었다.

최근 공실 부담이 깊어져가는 건물주 입장에서도 공유형 개인창고 업체는 고마운 임차인이다. 임차인이 잘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 지하층이나 이면도로 건물에 주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입지에 자주 들어오던 헬스장이나 유흥업소 등이 요즘 경기불황 타격을 심하게 받고 있어 인기가 높다.

실제로 공유형 개인창고 업체의 수익성은 상당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3.3㎡당 월 12만~16만원의 매출을 얻을 수 있다. 유지비는 건물 관리비와 전기세, 보안방범 비용을 포함해 3.3㎡당 월 3만~4만원 수준이다. 3.3㎡당 평균적으로 10만원 안팎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서울 지역 상가 지하공간 평균 임대료는 3.3㎡당 4만~6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훈 아이엠박스 코리아 대표는 “초기 투자 시설비용이 3.3㎡당 80만~100만원이라 손익분기점을 넘기까진 좀 시간이 걸리지만 창고업 특성상 임차 기간이 길어 한 번 들어오면 주기적으로 임차인을 찾아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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