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어떻게 돌려주지?” 역전세에 한숨 쉰 집주인, 정부 구명줄

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용에 한해 대출 규제를 풀어주기로 하면서 시장에서는 역전세난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형평성 논란과 가계부채 위험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개인 임대인(집주인)의 전세보증금반환목적대출규제를 완화했다. 이달 말부터 1년간 보증금 차액에 대한 대출이 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전세보증금반환대출에 한해 기존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만 더하지만 DSR은 한 사람이 가진 거의 모든 빚을 더해 빌려줄 수 있는 자금을 정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수억원 급락한 일부 단지를 제외한 상당수 집주인들은 전세금 반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 ‘5월 국내외 경제 동향 및 전망’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전국 기준 역전세에 해당하는 주택은 기존 전세보증금 대비 현재 전세가격이 평균 약 7000만원 낮다. 기존 전세금과 현재 전세가격 격차의 상위 1%는 3억6000만원 이상이다.

정부 시뮬레이션 결과 연소득 5000만원의 차주의 대출 한도(금리 4%, 만기 30년)는 DSR 규제 적용시 3억5000만원인데 비해 DTI 규제 적용시에는 5억2500만원으로 1억7500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00만원 이상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규제 완화로 대출액이 늘면서 막혔던 자금 유동성이 풀리고, 시장의 연착륙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전세 재계약 보증금이 묶인 수도권 외에도 전세가격 낙폭이 컸던 부산, 대구, 울산, 세종은 한시적으로 임차인의 전세금 미반환 위험이 낮아지고, 전세금반환보증 사고도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율은 4월 기준 서울은 48.3%(27만8000가구·한은 자료), 경기·인천 56.6%(40만6000가구), 비수도권 50.9%(33만8000가구)에 이른다.

다만, 이번 규제 완화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수십 채 이상 집을 사들인 갭투자자들은 대출 이자도 감당하기 벅차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기존 세입자에게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더라도 신규 세입자 전세금으로 대출금을 우선 상환해야하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간과해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임대인을 구제함으로써 정부가 갭투자를 방조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 마련을 위해 이미 집을 처분한 사람들은 대출 완화 혜택을 못 받게 되면서 자칫 시장에 ‘버티면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주요 34개국 중 1위(국제금융협회 집계)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 시점에 전세보증금이라는 ‘무이자·비공식적 채무’를 대출이라는 ‘이자 붙은 공식적 채무’로 만든 것이라고 평가한다. 가계부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빌라(연립·다세대)의 경우 전세금 조달 실패로 인한 급매물이 늘어날 수도 있다. 연립·다세대는 담보가치 인정비율이 낮고 집주인이 이번 규제완화로 대출을 받아도 은행에 근저당권이 잡혀 세입자들이 더 기피할 수 있어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빌라는 전세사기로 이미 세입자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빌라는 아파트 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다. 아파트는 추가 대출이 어려울 시 매각을 통해 전세금 반환이 가능하지만 빌라는 이미 전세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전세보증금만큼도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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