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층 싫어” 재건축 거부한 주민들…한강변 알짜땅인데 반대, 왜

재건축을 추진중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반포주공1단지)가 최고층수 49층 설계안 변경을 접고 기존 계획대로 ‘35층 재건축’을 진행한다. 설계안을 변경하면 비용과 공사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조합원들의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전날 총회를 열고 ‘서울시 35층 층수제한 폐지에 따른 설계변경 진행의 건’ 등 4개 안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49층 설계안’ 표결은 찬성 634표, 반대 1297표 결과가 나오며 부결됐다.

서울시는 지난 해 3월 ‘2040 서울플랜’을 발표하면서 한강변 아파트에 대한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서울 한강변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반포주공1단지도 조합원 대상 설문을 마치고 설계변경안을 마련해 표결을 진행했지만 부결되면서 기존 설계안대로 재건축이 진행된다.

최고층수 49층이 부결된 것은 공사 기간 및 공사비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반포주공1단지는 2003년 재건축 추진위가 승인을 얻으면서 재건축 작업에 착수했다. 2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 입주를 미룰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산정한 49층 공사기간은 51개월로 35층 44개월보다 7개월 길다. 35층 설계안에 따라 내년 3월에 착공하면 2027년 11월 준공이 가능하다. 반면 49층으로 변경하면 정비계획 변경고시, 사업시행변경인가, 인·허가 절차 등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준공 예정 시점이 2028년 11월로 늦춰진다.

‘49층’에 반대한 한 조합원은“찬성하신 분들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구청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늘어나는 기간이 7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합원들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는만큼 재건축 시작 20년이 지난 상황에서 입주를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조합 설명에 따르면 공사비용이 2000억원 넘게 늘어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조합 총회 자료에 따르면 층수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분이 약 1500억원이고, 인·허가 비용과 이주비 금융비용이 각각 300억원, 400억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전국 건설현장에서 공사비 인상 문제로 시공사와 조합원 간 갈등이 발생하고,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만큼 공사 일정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합원들이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결정이 다른 재건축 사업지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사업지 진행 속도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이주가 시작돼 빠른 사업속도가 중요한 사업지는 반포주공1단지에 영향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단지는 어차피 급할 것이 없기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합 총회에서 가결되면서 반포주공1단지는 기존 계획대로 최고 35층·55개동·5002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날 조합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된 ‘한 동 남기기’에 따른 108동 보존·활용 계획도 철회했다. 앞서 개포주공 1·4단지와 잠실주공5단지도 한 동 남기기를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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