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전세사기 대책도 벅찬데…이번엔 동탄 오피스텔 ‘쑥대밭’

“지난 1월 전세 계약을 할 때 임대인의 국세완납증명서까지 확인했는데 불과 석 달 만에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갈 거라는 통보를 받았어요.”

경기 화성시 동탄에 거주하는 한 30대 세입자는 석 달 전 오피스텔 전세를 계약한 뒤 최근 중개업소로부터 “임대인의 현금흐름이 안 좋으니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보험에 가입했지만, 그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임대인 파산으로 결국 6월께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 그는 “중개업소에서 서류를 확인했어도 100% 안심할 수 없다는 현실이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2000여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가운데 ‘동탄 오피스텔왕’사건도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동탄신도시에서 복수의 오피스텔 200여 실을 소유한 A씨 부부는 최근 전세 세입자들에게 세금 문제로 파산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문자를 보냈다.

피해자들은 동탄 일대의 트라이엄프, 리치안, 퍼스트빌, 스카이뷰, 센트럴S 등 다수의 오피스텔 세입자들이다. 대출과 전세를 끼고 마구잡이로 오피스텔을 매집한 A씨는 종부세 등 세금을 내지 못해 파산하게 됐다며 세입자들에게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하락해 해당 오피스텔 거래가가 전세금 밑으로 떨어진 데다, 체납 세금까지 떠안을 경우 소유권을 이전받으려면 가구당 2000만~5000만원의 손실을 본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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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동탄경찰서에 전세사기 사건을 신고하고,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대화방에는 100여 명의 피해자가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임대인 A씨는 물론 그를 대리해 임대계약을 주선한 B씨 역시 연락을 끊은 상태라 피해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B씨는 최근 A씨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문자를 세입자들에게 발송하기 전 공인중개업소를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B씨가 영업정지 기간에도 전세 거래를 주선하고, 문제가 불거지기 전 폐업한 점을 들어 사실상 전세사기의 공범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A씨뿐만 아니라 C씨, D씨 등의 명의로 된 오피스텔 수십 채도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동탄 일대 오피스텔 거주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동탄신도시에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삼성전자도 자체적으로 직원들의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건축왕’ 남 모씨의 전세사기 무대가 된 인천 미추홀구에선 남씨가 지역 공인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별도의 중개사 조직을 직접 꾸려 세입자들을 기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 조직은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 가격이라며 세입자들을 모았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잡혀 있었지만 임대인이 고액의 자산가이며 이자 역시 꼬박꼬박 내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나아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대신 갚아주겠다며 ‘이행보증각서’까지 작성해줬다. 그러나 이들이 작성한 이행보증각서는 법적인 효력이 없었다. 사기에 가담한 중개사들은 이미 폐업을 했고 경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남씨가 주도한 전세사기 피해액만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 피해 지역에서 관련 물건이 잇따라 경매로 쏟아지고 있지만, 낙찰가율이 낮고 선순위 채권이 있어 세입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월 인천의 주거시설(아파트, 빌라, 주상복합 등) 경매 진행 건수는 50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287건이 진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약 76% 급증한 수치다. 특히 남씨가 사기의 무대로 삼은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경매가 증가분의 대다수였다.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미추홀구의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97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연말을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 3월에는 249건이 진행됐다. 1년 동안 늘어난 인천 전체의 경매 진행 건수(218건) 중 미추홀구의 증가분이 약 70%를 차지했다.

19일에도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선 남씨가 전세사기를 저지른 소형 주상복합 아파트 6채가 한꺼번에 입찰에 부쳐졌지만 모두 유찰됐다. 전용면적 약 50㎡(15평) 규모의 소형 평형으로 감정가는 2억원 수준이었다. 최근 전세사기 물건 낙찰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2~3회 유찰이 된 뒤에야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배당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금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가령 지난해 6월 경매가 진행된 미추홀구 도화동 ‘올레오’ 전용면적 76㎡의 경우 감정가가 3억2500만원이었지만 두 차례 유찰된 뒤 2억500만원에 낙찰됐다. 선순위 채권액이 1억8600만원에 달했고 경매비용까지 제외해 세입자에게 배당된 금액은 1519만원에 불과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1억40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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