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2억도 없어서 못판다는데…‘인증샷 성지’ 된 이곳
“역세권 대로변 땅값은 평당 2억 이상 줘야해요. 그것도 매수자들이 줄을 서있어요.” (성동구 서울숲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17일 오후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길 일대는 평일 낮에도 방문객이 북적였다. 이른바 ‘힙플’로 꼽히는 식당은 점심시간을 한참 넘긴 오후 3시에도 대기손님들이 많았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디올의 팝업스토어 ‘디올 성수’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식당과 매장들 위로는 오피스과 지식산업센터 공사를 위해 우뚝 선 타워크레인들이 보였다.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성수동의 부동산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강남불패’에 이어 ‘성수불패’라는 말까지 업계에선 나오고 있다. 성수동이 MZ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권이 되면서 주거 뿐만 아니라 상업·오피스시장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23일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공개된 성수동 지역의 고급 아파트 공시가격은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평균 17.3%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경우 최고층 전용 273㎡ 공시가격이 81억9300만원으로 전년 75억8700만원보다 6억원 이상 올랐다. 다른 층수·평형들도 대부분 2~3%대 소폭 올랐다.
갤러리아포레 271㎡ 공시가격은 65억4400만원으로 역시 전년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올랐고, 트리마제 216㎡ 공시가격은 58억9500만원으로 7600만원 올랐다.
성수동 공시가격이 ‘나홀로 상승’한 것은 최근 집값 하락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수동 상업용 땅값도 지난해 부동산시장 침체를 뚫고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976년 준공된 성수동 성수이로16길 소재 대지면적 약 606㎡(연면적 955㎡) 규모 상가건물이 지난달 312억3274만원에 거래됐다. 땅값 평당 1억7049만원 수준에 거래된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최근 성수동1, 2가의 땅값은 뚝섬역사거리에서 서울숲역·성수역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은 평당 2억원, 이면 지역은 1억6000만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토지·건물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해 실거래가 기준 성수동1, 2가의 상업·업무시설의 평균 땅값은 평당 1억2863만원이었다. 2021년 평균은 8859만원으로 1년 만에 약 45% 상승한 것이다. 2018년(4490만원)과 비교하면 5년만에 186% 올랐다.
강남권 주요 지역과 비교하면 지난해 역삼동 평당 1억5027만원, 삼성동 1억7077만원, 서초동 1억5303만원이었다. 각 지역의 최근 5년간 땅값 상승률은 역삼동 61%, 삼성동 70%, 서초동 92% 였다.
특히 성수동은 대부분 준공업지역으로 용적률이 400%까지 허용된다는 점이 땅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
매물이 나와도 매수 대기자들이 다수라 경쟁이 붙는 경우도 다수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최근 성수동2가에 대지면적 약 2000평 규모의 매물이 나왔는데 여러 자산운용사와 시행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수동 상업용 땅값이 높은 배경에는 그만큼 상가 공실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뚝섬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로 서울 전체 상권 평균인 9.1%를 크게 밑돈다. 오피스 역시 마찬가지다. 상업용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성수 권역 오피스 공실률은 0.5%로 조사됐다. 3.3㎡당 임대료(전용면적 기준)는 약 26만원으로 전년보다 10~15% 오른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성수동이 각광받는 요인으로 강남 접근성과 문화·업무·주거의 조화를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