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힘든데 옆세권이 별수 있나…고금리로 눈물의 ‘손절매’
부동산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과 가까워 ‘옆세권’이라고 불리는 경기 신축 아파트에서도 입주권을 분양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처분하는 ‘마이너스피’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여파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된 수분양자들이 눈물의 ‘손절매’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경기도 부천시 범박동 ‘부천일루미스테이트’에서 올해에만 100건에 육박하는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아 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전용면적 84.97㎡가 지난달 30일 4억2700만원에 직거래되면서 분양가(5억4220만원)보다 1억원 넘게 하락했다. 전용면적 59㎡도 지난달 8일 4억491만원에 손바뀜됐다. 저층이기는 하지만 분양가(4억1800만~4억3000만원)보다 몸값을 낮췄다.
복수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비하면 다소 한산해졌다”며 “기존 보유 주택을 팔지도 못하고 전세로 들어올 세입자도 구하지 못한 집주인의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진됐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점점 거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미 마피 매물이 나온 것을 목격하신 수요자들 지금의 가격에 만족하기 힘든지, 매도인과 매수인 간 희망 가격 차이가 상당해 계약 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아파트 입주를 미루는 것이 아닌 분양가보다 더 싸게 분양권을 처분하는 거래도 나타나고 있다. 거래가 끊기면서 입주 시점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기 힘들어졌고 대출 비용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6.6%로 집계됐다. 전월(71.7%)에 비해 5.1%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77.8%에서 75.2%로 2.6%포인트 떨어졌다. 지방은 70.4%에서 64.7%로 5.7%포인트 급락했다.
미입주의 주된 원인으로 ▲기존 주택 매각 지연(41.7%) ▲세입자 미확보(39.6%) ▲잔금대출 어려움(14.6%) ▲분양권 매도 지연(4.2%)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세입자를 찾지 못해 입주를 포기한 비중이 전월(22.0%)보다 17.6%포인트 뛰었다.
주산연 관계자는 “분양가 책정 당시와 비교해 주택가격이 내리막길을 걸은 데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입주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유로 프리미엄을 제거하고 분양가보다고 낮은 수준에 입주권을 처분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지역에서도 마피 매물을 발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지역의 입주권 가격이 유의미하게 오르기는 힘들다는 진단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은 입주 시점 가격보다는 현재 가격 동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근 단지 시세를 반영한 마피 매물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