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뒤에 부실 감정평가 보증사고 5건중 1건에 악용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보증보험) 사고 5건 중 1건은 감정평가서를 이용해 보험에 가입한 주택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 빌라의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시세를 부풀리는 ‘업(Up) 감정’을 해 전세사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시가와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감정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12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감정평가서를 활용한 전세보증 사고건수는 960건, 사고액은 22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생한 HUG의 전체 전세보증보험 사고(5443건) 중 17.6%가 감정평가서 이용 주택에서 발생한 것이다. 사고액으로 따지면 전체의 19.6%가 감정평가서 활용 주택이었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에서 적지 않은 감정평가가 ‘뻥튀기 시세’의 근거로 이용된 셈이다.
HUG는 그동안 전세보증보험 가입 시 감정평가액을 가장 우선해 적용하고, 공시가격의 140%와 실거래가를 차례로 적용해왔다. 정부는 전세가율 산정 시 감정가가 최우선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고의적인 시세 부풀리기로 전세사기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전세사기 방지 대책 브리핑에서 감정평가사의 업 감정 사례 11건을 국토부가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실한 감정평가가 전세사기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HUG는 전세보증보험 가입 시 공시가격과 실거래가를 우선 적용하고, 감정평가는 가장 후순위로 활용하기로 했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정부는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에 대한 자격취소 사유도 금고형 2회에서 1회로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감정평가사협회도 지난 10일 뒤늦게 ‘전세사기 근절 및 안심전세 지원 감정평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협회는 전세보증보험 감정평가가 집중된 사무소와 상습적으로 감정평가 기록을 미등록한 법인 및 사무소에 대해 특별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부적정 감정평가 의심 사례가 있는 법인은 HUG 선정 감정평가기관에서 배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