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대신 보증금 없는 주세”…전세사기 극성에 젊은 세입자들 사이 인기

전세·월세로 양분된 기존 임대차 시장에서 주(週) 단위로 임대료를 내는 이른바 ‘주세’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대출로 마련하는 보증금 관련 이자 부담이 없거나 적은 데다 최근 ‘빌라왕’ 사내로 촉발된 전세사기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어서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주변 시세보다 높은 월세를 받을 수 있어 매물이 나오는 족족 시장에서 소화되는 모습이다.

17일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에서 등록된 전월세를 포함한 전체 임대 매물 2만3382건 가운데 단기임대 매물(주세)은 1705건(약 7.3%)으로 집계됐다. 단기임대매물이 급증세를 보인 시기는 지난해 말부터다. 매물 종류도 원룸부터 투룸, 쓰리룸까지 다양하다.

주세 수준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원룸의 경우 1주에 12만원에 나온 매물이 있는가 하면, 서초구 지역의 1룸·1거실 오피스텔 임대료는 한 주당 55만원으로 구조와 방 갯수에 따라 가격 차이를 보였다.

서울 마포구 마포동의 한강뷰 원룸 오피스텔은 주세 30만원(단기 임대 플랫폼 삼삼엠투 자료)에 나와 있다. 에어컨을 비롯해 냉장고, 인덕션, 전자레인지 등이 갖춰져 있으며 침대와 소파도 제공한다. 주 단위로 임대료를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소정의 보증금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인근 호텔의 하루 숙박비가 8만~10만원(평일 기준)인 점을 고려할 때 1주일 기준 40만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강남구 학동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은 1주에 45만원, 대치동 인근은 46만원, 삼성동에 있는 한 원룸은 83만원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원룸 오피스텔 치고 부담이 크지만, 침대, 가구 등 풀 옵션을 갖추고 있어 청년 수요자들 사이에서 문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는 초단기 임차 상품으로, 1주 단위로 원하는 기간 만큼 계약하고 매주 집주인에게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단기 임대 제도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계약 기간이 더 줄어들고 보증금이 한달 월세 수준으로 적거나 아예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편의상 월 단위로 묶어서 돈을 지급하기도 한다.

다만, 단기임대는 확정일자를 받을 수 없고, 관련 보증보험 상품이 없어 세입장는 보증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약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주당 임대료를 월세로 환산해보면 전체 금액은 오히려 높을 수 있어 꼼꼼히 따져봐야한다. 업계에서는 한달기준 주세가 월세에 비해 30%가량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주세는 청년들 사이에서 계속 관심을 끌 전망이다. 잇단 고금리로 대출 금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3.25%로 2.75%포인트 인상해 전월세 보증금 대출 이자가 급등했다.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을 찾은 서울지역 세입자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1∼11월 서울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2021년 같은 기간(2954건)보다 25.9% 늘었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월세 계약으로 전환해 보증금 액수를 최대한 낮추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 거래는 9만4926건으로 전년(8만2642건) 대비 14.9% 증가했다. 특히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서 월세 거래량 비율이 40.1%에 달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임대료 부담이 높아지고 금리도 오르면서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단기임차 늘고 있다”면서 “임대인들도 공급이 늘면서 임대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단기 임대를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의 체납여부, 선순위 근저당 등 계약 전 임대료를 꼼꼼히 살피고 특히 공과금의 경우 월 단위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세 외에 들어가는 비용을 파악하고 입주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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