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금융 특화’ 단지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위치한 한양아파트가 금융 중심지에 걸맞는 특화 단지로 재건축 된다. 최고 54층 높이로 설계해 아파트 세대수를 1200가구로 늘리고, 금융권 직장인을 겨냥한 오피스텔 200실을 함께 짓는다. 저층부에는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실 공간을 마련해 서울시가 저렴하게 임대할 예정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은 전날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주민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신속통합기획안을 소개했다. 이 기획안에 대해 주민들의 수정 요청이 나오지 않아 서울시 관계자는 “이대로 확정해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신속통합기획이란 서울시가 정비사업 초기부터 주민과 함께 계획안을 만들어 심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다.
1975년 준공돼 47년간 자리한 한양아파트는 여의도 국제금융로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 금융기업이 많은 만큼 기획안에는 이 곳을 금융 특화 단지로 만드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서울시는 다양한 기능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양아파트 용도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올려줄 방침이다. 덕분에 용적률을 600%까지 늘릴 수 있어 주민들은 최고 층수를 54층으로 높이기로 했다. 서울시도 높이 200m 이하로는 열려있는 입장이라 향후 심의 과정에서 높이가 60층까지 오를 수도 있다.
주거유형도 도심에 맞게 다양화 한다. 아파트 가구수는 현재 588가구에서 1200가구 가량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오피스텔 200실도 만들어 일반분양을 할 계획이다. 사무실로도 쓰일 수 있는 변화 가능한 시설을 넣고자 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다만 세대 규모는 앞으로 심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도 있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받게 된 기부채납의 일부는 공공업무시설로 사용한다. 서울시는 단지 저층부에 가칭 ‘서울핀테크랩’과 ‘서울국제금융오피스’를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만든 청년 창업가에게 공간을 저렴하게 대여하거나 금융권 종사자에게 넓은 회의공간을 제공하는 등 업무 지원을 하겠단 것이다.
한강 접근성을 높이는 데도 집중했다. 서울 경전철 서부선이 도입돼 한양아파트역이 만들어진다고 가정하고 역주변에 자전거 환승시설을 만드는 안을 마련했다. 이 곳에서부터 한강까지 한번에 이어지는 보행 도로와 자전거 도로도 만들 계획이다. 보행 도로와 함께 다양한 상업 공간을 넣을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만간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열람공고가 있을 것”이라며 “지구단위계획에도 오늘 발표한 신통기획안 내용이 반영되도록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여의도 내 다른 단지들도 신통기획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대교아파트와 광장아파트는 최근 영등포구청에 신통기획 참여 신청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