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서 줘도 못 산다”했는데…임대주택 중대형 늘린다
서울에서 재개발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임대주택을 함께 지어야 하는데, 앞으로 이 비중을 ‘연면적’이란 새로운 기준으로도 계산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비중을 ‘세대수’로만 산정했다면 이젠 그 선택지를 늘리겠단 것이다. 연면적을 기준으로 하면 중형 평수 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다.
13일 서울시는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을 이같이 고시했다며 바로 적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을 할 때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은 30% 이하로 하되 구체적인 기준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그동안 전체 세대수의 15%를 최소한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로 정해놨다. 재개발 사업을 통해 1000가구를 공급할 경우 이 중 15%인 150가구를 임대주택으로 반드시 짓게 한 것이다. 여기에 각 자치구가 임대주택 공급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10% 이하 범위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올릴 수 있었다.
문제는 세대수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소형 평수로만 건설했다는 점이다. 전용면적 29~49㎡ 소형 평수가 대다수고 전용 59㎡ 정도만 간혹 있어 3~4인 가구가 살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간 평형이 눈에 띄게 차이나 같은 단지 내 혼합도 쉽지 않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시는 이날 세대수 뿐만 아니라 연면적을 새로운 기준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주거지역을 재개발 하는 경우 전체 연면적의 10%, 상업지역을 재개발하는 경우 전체 연면적의 5%를 각각 최소 임대주택 의무비율로 확보해야 한다.
주택 재개발 사업 전체 연면적이 10만㎡라면 이 가운데 10%인 1만㎡를 임대주택 면적으로 확보하게 한 것이다. 물론 각 자치구 판단에 따라 이 비중은 조금씩 높아질 수 있다. 서울시는 “다자녀, 대가족 등 다양한 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중·대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쉬워질 것”이라며 “중형 규모 임대주택이 확보되면 단지 내 소셜믹스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조합이 면적을 늘려 임대주택 가구수를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그간 임대주택도 넓은 평수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조합 입장에선 만들 요인이 없었는데 이를 해결한 것”이라며 “기존에는 평형이 달라 같은 동에 섞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면적이 동일해지면 소셜 믹스에도 의미가 있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형 평수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대신 전체 임대주택 가구수는 줄어들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김 소장은 “임대주택 세대수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겠지만 다양한 면적구성을 갖추는 게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도 “세대수 15%와 연면적 10%란 계산 기준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순 없다. 전체 면적은 엇비슷 할 것”이라면서도 “조합 입장에선 소형 주택을 여러개 짓는 거보단 중형 주택을 선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이미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재개발 구역이라도 원할 경우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세대수 기준에서 연면적 기준으로 변경해 추진하게 해줄 방침이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시대 변화에 따른 주거여건, 가족구성 등이 반영된 임대주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 유형도 지속적으로 다양화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새로운 기준을 이같이 도입한 건 지난 4월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임대주택도 타워팰리스처럼 고품질로 짓겠다”고 밝혔다. 임대주택에 민간 아파트와 같은 아일랜드 주방, 시스템 에어컨 등을 설치하고 바닥재, 벽지, 조명도 고품질 제품으로 쓰겠단 취지다. 서울시는 향후 5년간 공급할 신규 공공주택 물량 가운데 중형 평형(60㎡ 이상) 비율을 기존 8%에서 30%로 대폭 확대하겠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