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호재에 왜…재건축 밀집 노원, 서울서 낙폭 최대
서울 노원구가 올해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대표적 재건축 사업 추진 지역으로 꼽히는 이들 지역 역시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시장 회복에는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부동산원 ‘12월 1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5일 기준)’에 따르면 노원구는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이 8.8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하락률 5.21%를 훌쩍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노원구는 지난 달 21일 변동률 -0.88%를 시작으로 같은 달 28일 -0.95%, 이달 5일 -0.85%를 기록하는 등 3주 연속 1%에 육박하는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사업 기대감이 큰 도봉구 역시 하락률 8.73%를 기록하며 노원구의 뒤를 이었다. 도봉구 역시 최근 3주 동안 1%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노원구 ‘대장 아파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상계동 포레나 노원 전용면적 59㎡의 경우 지난 달 11일 7억7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직전 거래인 8월말 9억8700만원 대비 2억원 넘게 가격이 하락했다.
하계동에 위치한 청구1차 전용면적 84㎡는 지난 6월 중순 10억15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는데, 지난 달 9일에는 7억1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는 등 수억원 하락한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도봉구와 창동과 쌍문동 대단지 위주로, 노원구는 중계동·월계동·하계동 위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는 양천구와 영등포구 역시 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된 양천구는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이 3.79% 떨어졌다. 영등포구 역시 4.56%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재건축 기대감이 큰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정부가 ‘12·8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허가 등을 풀어주려면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보다 하락세를 보일 때 추진하는 것이 정부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변화가 시장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 지금이 오히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실행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규제 완화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안전진단이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해당되고 고금리 여파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돼 거래시장에 온기가 돌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기 불황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한파’로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는 미국 기준금리는 금리 인상분보다 어디까지 오를지 예상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크다. 이런 외부 요인을 국내 정책 변화로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아파트 시장은 전주에 이어 다시 한번 매매·전세 최대 하락폭을 갱신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은 이번 한 주에만 하락률 1%를 기록하며 약세를 이어갔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0.59% 떨어지며 2012년 5월 한국부동산원 시세 조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말 이후 28주째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 중이다.
거듭된 금리 인상과 거래 침체가 겹치면서 아파트 가격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주택 가격 추가하락 우려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매수문의 한산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일부 급매성 거래가 기존 매물가격 하향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등 지난주 대비 하락폭 확대됐다”고 밝혔다.
수도권 전세 가격은 전주 하락률 0.95% 대비 0.05%포인트 떨어진 1.00%를 기록했다. 수도권 전세 약세가 지속되면서 경기도와 인천의 전셋값은 각각 1.00%, 1.11% 떨어져 주간 낙폭이 1%대로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은 “전세 기피 현상과 높은 이자 부담으로인한 수요 감소에 매물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