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년에 바닥 찍고 ‘L자형’ 저점 유지”
내년 수도권 아파트값과 전세가격이 올 연말보다 3~4%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높은 집값과 물가, 고금리에 따른 대출상환 부담으로 인해 주택 수요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2023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도 집값 전망을 이같이 예측했다. 발제자로 나선 권주안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고금리에 따른 주택 매수심리 위축이 지속돼 집값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에 대한 대출상환 부담으로 인해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이유로 올해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내년에는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 연구위원은 “내년 3월과 2024년 2월 사이 집값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 정부의 규제완화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매매가격은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점에 도달한 이후엔 L자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바닥을 찍은 후 곧바로 반등하는 게 아니라 저점이 어느정도 유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L자형’ 진행으로 인해 내년도 집값 하락폭은 올해보다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는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매매·전세가격이 올해 4~5%에 이어 내년에는 약 3~4%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세가격에 대해선 “월세가격 상승으로 전세가격의 저점은 조금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급의 경우 미분양 위험 증가, 자금시장 경색 등 여건이 계속 악화돼 민간분양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수도권 공급량은 올해보다도 약 3만 가구 줄어든 20만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권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은 공급 확대가 가능하지만 민간분양이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 든다”며 이같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그는 수요·공급 측면 모두에서 정부의 규제완화 효과는 미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연구원은 건설경기 또한 내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건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내년 건설투자는 0.4%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박선구 연구위원은 “시중금리가 오르면 건설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기대해볼 순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지방 건설업체들은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다”며 “만약 건설업체가 도산하면 전문건설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건설수주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통계의 오류라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박 연구위언은 “수주액이 커졌다고 건설경기가 양호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이는 수주 물량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건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올라 높아진 수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자재가격은 내년 조금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재값 상승이 2년 이상 지속된 적은 없다”며 “현재 8분기째 상승하고 있으므로, 내년 하반기엔 건자재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