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도 스파오도 ‘컴백’…넘버원 상권 화려한 부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은 곳 중 하나는 서울 명동 일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라는 부침을 겪은 명동 일대는 이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권이 급속도로 추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한창일 때 명동 일대 패션 브랜드 매장은 영업 종료시간을 오후 8시로 단축하며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중국인 관광객들로 호황을 누리던 뷰티 브랜드 매장은 대부분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해 1월에는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유니클로’ 매장이 폐점하기도 했다.
4층 규모 유니클로 명동점은 유니클로의 핵심 플래그십스토어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도 타격을 받았겠지만, 코로나19로 일대 인구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4층 규모 건물을 유지하는게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이랜드 SPA 브랜드(기획·생산·유통을 한 회사가 직접 맡아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 미쏘(MIXXO)가 명동점 영업을 종료했다. 2012년 개점 이후 10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명동 상권 유입인구 감소로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기약없는 침체에 시달린 명동 상권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됐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1~2년과 비교해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명동 일대를 다녀온 이들은 1년 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명동성당 인근 엠플라자에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대형 점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체 영업면적만 2500㎡에 달하는 이곳은 내년 1분기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디다스 매장이 들어설 이곳은 과거 패션 브랜드 ‘자라(ZARA)’가 영업하던 곳이다. 명동에서 쉽게 눈에 띄는 대로변에 위치해있고, 점포 규모도 커서 명동에서도 핵심 상권으로 꼽힌 이곳은 자라 폐점 이후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아디다스는 올해 초 명동점을 폐점하고 이 일대에서 철수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아디다스가 복귀 매장으로 이곳을 택한 것은 그만큼 명동 상권의 부활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이랜드 패션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 9월 눈스퀘어에 다시 문을 열며 명동 상권에 복귀하는 등 인근 상권 부활 조짐이 가속화하고 있다. 스파오는 코로나19 탓에 이 매장을 한 차례 폐점한 바 있다.
식음료업체도 명동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글로벌 카페 브랜드 블루보틀은 눈스퀘어에 올해 연말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관광객을 비롯한 유동 인구를 비롯해 상권 매출 등 각종 지표에서 명동이 달라졌다”며 “상업 및 숙박시설 등 명동 상권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명동의 변화는 눈에 띄게 증가한 유동인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진흥공단 통계에 따르면 명동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11만544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해 동기 8만2386명 대비 약 1.4배 많은 수준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 12만9862명 수준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이같은 유동인구 증가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도 흐름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33만7638명으로 조사됐다. 지난 해 같은 기간 8만9800명의 약 네 배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같은 유동인구 증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입국 시 의무였던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폐지되는 등 한국 방문 환경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768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명동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매출액, 카드결제액 등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분석 및 컨설팅회사인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명동 상권 모든 업종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205억원 대비 38.0% 증가한 283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매출이 포함되지 않은 7~8월 매출 만으로도 전년도 3개월치 매출을 넘어선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일대 숙박업 매출도 증가하는 등 관련 업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명동 일대 호텔·콘도 월평균 매출액은 2280만원으로 전월 1237만원 대비 84.3% 증가했다. 월평균 매출 건수도 439건으로 집계돼 전월 242건 대비 81.4% 증가했다.
이같은 부활 조짐에 신규 호텔도 문을 열었다.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호텔은 한 건물에 두 개의 브랜드 호텔이 들어서는 ‘듀얼 호텔’이다. 각각 200개, 205개 등 총 405개의 객실과 미팅시설, 실내수영장 등 각종 부대시설이 내부에 들어서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이곳은 KT에스테이트가 옛 KT서울중앙지사 빌딩을 개발한 곳이다. 리테일시설로는 유명 와인레스토랑인 사브서울의 3호점을 비롯해 다양한 상업시설이 입점해 일대 상권 부활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권 리서치팀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명동의 침체도 길어졌지만 점차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며 “특히 관광객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리테일, 숙박 등도 다시 활성화 돼 관광특구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