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시공단, 만기 하루 앞두고 사업비 7천억 차환
금융당국이 ‘돈맥경화’를 막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사업장별 집중 관리에 나선다. PF 사업장의 갑작스러운 부실을 예방하고 자금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매일 PF 사업장별 현황을 정리·점검하고, 월별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PF 사업장을 구분해 이에 맞는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새 단지명 올림픽파크레온) PF 차환 발행을 위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시공사업단이 보증 사업비 7000억원을 부담하게 된 데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등 유동화시장 경색 가속화로 향후 부동산 PF 사업장에서 이와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6월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2013년 말 35조2000억원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PF 대출은 부동산 개발 사업 시행사가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 사업이 끝나면 분양 수익금으로 원리금을 갚는 구조로, 대다수 건설사가 금융권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저금리 기조하에서 제2금융권에 속한 금융기관들이 대체수익원의 하나로 부동산 PF대출 규모를 확대해 왔다. 여전사의 경우 PF대출잔액이 26조7000억원에 달하면서 2013년 말 2조7000억원 대비 10배 가량 급격하게 뛰었다. 보험사는 현재 잔액이 43조3000억원으로 7배, 저축은행이 10조7000억원으로 2013년 말 대비 5배 가량 각각 급격하게 늘었다.
2금융권의 경우 사업인허가 이전 단계에서 실행된 뒤 본PF를 통해 상환되는 브릿지론의 취급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올 하반기 이후 전 금융권에서 본PF 실행이 거의 중단되면서 브릿지론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다.
일례로 JB우리금융캐피탈에서는 지난 8월 우노디앤씨에 발행했던 브릿지론 170억원이 부실채권으로 처리된 바 있다. 이 사업은 대구 대명동 일대에서 진행됐던 사업으로 지난해 4월 투자를 진행했지만 대구 분양시장이 악화되면서 결국,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채 사업이 중단됐다.
특히 올해 초부터 미국 금리인상, 원자재가격 상승, 분양시장 냉각 등으로 개발사업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브릿지론과 부동산 PF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도 최근 7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발행에 실패해 사업비 조달에 난관을 겪었다. 둔촌주공은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올 4월 이후 이달까지 6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돼 최근 재개했다.
BN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오는 28일 만기가 도래한 둔촌주공 PF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거래시장이 얼어붙고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시작되면서 투자를 하려는 기업이나 기관이 없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 8월 NH농협은행 등 24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사업비 대출 7000억원의 연장을 요청했다가 거절됐다. 조합은 시공사업단의 보증을 제공받아 ABSTB를 발행, 사업비 대출을 상환했다. 이때 발행한 ABSTB의 차환 발행에 실패한 것이다.
시공사별 보증금액은 사업 지분에 따라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이다. 다행히 시공사업단은 PF이 만기를 하루 앞둔 이날 차환 발행에 성공,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을 마무리했다.
시공단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이자를 포함한 기존 사업비 7231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는 내년 1월 19일이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 시장 경색으로 둔촌주공 PF 차환이 어려우리란 전망이 우세했던 상황에서 차환에 성공하자 이를 두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사업단인 점이 차환 발행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해 시공해 일반분양까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급격한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을 고려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하고 있는 PF 사업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 지자체 13곳은 총 26개의 사업에 1조701억원을 보증하고 있다. 대부분이 산업단지 조성사업이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이들 지자체는 보증채무 이행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20조원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와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하되 부족할 경우 규모를 추가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