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떨어지면 그때에”…서울 주택 증여도 반토막
전국의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진 가운데 최근 2~3년간 ‘역대급’을 기록했던 주택 증여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하는 관망세가 짙어진 탓이다. 이승철 유안타증권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부동산 관련 상담 중 대부분 주제가 주택 증여였는데, 최근 2~3개월간 관련 상담을 요청해온 경우가 1~2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5만9942건으로 지난해 9만9339건 대비 39.7% 감소했다. 전국 주택 증여 건수(1~8월 누계 기준)는 2018년 7만4368건, 2019년 7만2906건, 2020년 9만5990건 등으로 최근 4년간은 7만건을 모두 웃돌았다. 올해는 2017년 5만6627건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주택 증여 감소세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등 최근 몇 년간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는 9222건(1~8월 누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396건 대비 49.9% 줄었다. 국내 자산가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3구에서도 올해 주택 증여 건수가 1651건에 불과했는데, 이는 지난해 5433건 대비 69.6% 급감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편법 증여로 추정되는 거래도 확인되고 있다. 고점 대비 수억 원씩 떨어진 값에 손바뀜되는 하락 거래 사례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20층)는 13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같은 전용 매물의 호가는 18억8000만~23억원으로 호가 최저가를 기준으로 두고 봐도 5억원가량 낮다. 이 단지의 같은 면적 매물은 지난 6월 2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형우베스트빌3차 전용면적 228㎡도 지난 5월 21억2200만원(9층)에 손바뀜됐다.
가락동 A공인 관계자는 “시세 대비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된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가족 간 매매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