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단지도 1순위 미달”…지방 부동산 규제 푸나마나
“매물은 조금씩 늘어나지만 시장의 관심이 돌아올 정도 같지는 않다. 규제가 풀려도 금리, 이자 등 외부 여건 때문에 가격만 확인하고 돌아가는 수요자가 대부분이다.”(부산 해운대구 공인중개사 A씨)
정부가 ‘규제지역 해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부동산시장은 좀처럼 온기가 회복되지 않는 모양새다. 주거시설이 밀집된 수도권 지역 규제는 여전할 뿐만 아니라 집값에 대한 수요자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를 제외한 16개 시도가 정부의 규제 해제 발표 이전인 지난 20일보다 아파트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전국 조정대상지역 41곳과 투기과열지구 4곳의 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수도권 일부와 세종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조정대상지역 규제가 해제됐다. 규제가 해제된 지역은 주택거래 등에서 대출, 세금과 같은 제한이 줄어든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거래 절벽을 맞이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규제 해제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지역 해제로 향후 공급 과잉 우려가 있거나 차익 기대가 제한적인 곳, 대출이자 부담이 큰 탓에 매각을 원하는 사람들이 집을 파는 등 퇴로가 마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 매매거래와 관련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에서는 매물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강원의 경우 최근 7일간 아파트 물건이 9436건에서 9719건으로 2.9% 증가했다. 부산과 울산은 같은 기간 매물이 각각 2.8%, 2.4% 늘었다.
전북과 경남 역시 2.2%, 1.7% 매물이 늘어나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규제 해제 대상 지역에서 제외된 서울 역시 같은 기간 아파트 매물이 6만154건에서 6만275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경기만 12만266건에서 12만209건으로 0.1% 감소했다. 매물은 늘어나지만 거래 심리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원 속초시 한 공인중개사는 “투자 목적으로 찾은 외지인들 발길이 끊기고 실수요자들 연락도 뜸하다”며 “문의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분양시장 역시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청약 접수를 한 경기 의왕시의 ‘인덕원 자이 SK뷰(VIEW)’의 일부 유형은 해당 지역 1순위에서 미달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청약접수를 진행한 평촌자이아이파크가 모든 유형이 1순위 해당 지역에서 마감된 것과 비교해 보면 청약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청약시장에서 고전하는 단지들의 분양가는 몇 개월 전만 해도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매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선뜻 청약시장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시장에 거래 한파가 풀리려면 시간이 더 지나야 하고,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지금 시장에 나온 매물은 최근 가격에 나온 것”이라며 “당장은 매물이 많으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택 구매 심리가 워낙 안 좋은 만큼 시간이 좀 지나 가격이 일정 수준까지 떨어져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이사는 “정부의 대책은 지방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에게 ‘지방 주택을 정리하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을 먼저 풀어서 수도권 매물이 쏟아지면 오히려 시장이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 지방 다주택자 정리를 먼저 하고 순차적으로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