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는데…중대형은 여전히 ‘꿋꿋’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대형’과 ‘신축’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집값이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아파트 공급 물량이 감소하고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약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에 투자보다 실거주 수요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6일 KB부동산의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별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대형(전용 135㎡ 이상)이 연초 대비 2%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중대형(102~135㎡ 미만)이 0.8%로 뒤를 이었고 중형(85~102㎡ 미만)과 중소형(60~85㎡ 미만)은 0.5%씩, 소형(60㎡ 미만)은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적이 넓을수록 상승폭이 높았던 것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하락을 기록한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올해 1~5월 사이 전용 85㎡ 초과 매매가격지수는 상승했고, 85㎡ 이하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소형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것과 대비된다.
조정장을 뚫고 신고가를 기록한 사례 역시 대형 아파트가 대다수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영등포구 여의도동 ‘롯데캐슬엠파이어’ 전용 163㎡는 23억9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가 대비 3억6000만원 높아진 가격이다. 중구 회현동 ‘남산롯데캐슬아이리스’ 전용 133㎡도 2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가 대비 4억7000만원 높아진 금액에 신고가를 썼다. 상승 거래가 대부분 강남·서초구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대형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높은 몸값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중대형 수요가 감소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최근 들어 희소성이 높아지는 것은 공급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R114가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을 전용면적별로 살펴본 결과 85㎡ 초과 비중은 5.6%로 연간 집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신축 선호 현상 역시 최근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올해 1~5월 준공 10년 이하와 20년 이상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을 비교한 결과 연초에는 준공 20년 이상 아파트가 10년 이하보다 높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전이 이뤄졌다. 1월 거래된 준공 20년 이상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4752만원으로 10년 이하보다 227만원 높았지만 4월엔 각각 4910만원과 5639만원으로 10년 이하 아파트가 729만원 높았다. 격차는 다소 줄었지만 5월에도 10년 이하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20년 이상보다 534만원 비쌌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임에 따라 투자 성격 수요는 감소하고 실거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당장의 주거만족도가 높은 신축으로 쏠림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집값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과 대출규제,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가격이 안정기로 접어드는 시기에는 주거만족도 위주로 수요가 재편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