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신의 핵심, 한국선 혐오시설”…주민들 ‘님비’에 발목 잡힌 데이터센터
경기 김포시 구래동 6877. 이 일대는 축구장 3개 면적(약 1만9685㎡)에 육박하는 데이터센터 설립 용지지만 텅 빈 채로 방치돼 있다. 담벼락에는 ‘시민 생명 위협하는 데이터센터 숲속, 바닷가, 강가로 이전하라’는 시민단체 항의문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이 시설구축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른바 ‘님비(Not In My BackYard)’에 주요 데이터센터 건설이 발목을 잡혔다.
![김포 구래동 한 아파트에 데이터센터 설립 반대 항의 벽보가 붙어 있다. [박재영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2/25/news-p.v1.20250223.9f64602141f746b093463553986b0ba1_P2.jpg)
김포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 전문 설립 기업 디지털리얼티가 발주하고,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2021년 6월 김포시에서 건축 허가를 받았지만 지금까지 진척이 전혀 없다. 데이터센터가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역 주민 1만명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 반발하면서 착공이 무기한 미뤄졌다. 김포시는 작년 7월에 착공 신청을 반려했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건축주를 증인으로 채택해 압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연기에 따른 비용이 쌓여가고 있지만 언제 다시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일어날지 몰라 (착공) 시점만 하염없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23년 한국에 7조8500억원 규모의 ‘통 큰’ 투자를 발표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인천 서구 데이터센터도 지역사회 반발 등으로 착공이 지연돼 여전히 공사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AWS가 같은 해 투자를 발표한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는 인허가 관청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1년5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시공돼 작년 8월부터 가동 중이다.
![데이터센터.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 픽사베이]](https://pimg.mk.co.kr/news/cms/202502/25/news-p.v1.20250224.8f4cd2cd544c41a7ad42169aab1c14ee_P1.png)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의뢰해 AI 개발 중추시설인 하이퍼스케일(10만대 이상 서버 수용)급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허가·착공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사업지는 4곳에 불과했다. 이는 2023년 9곳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작년 신규 허가를 얻은 데이터센터도 3곳으로 전년 15건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존 프리처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최근 한국에선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인해 여러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한 적절한 부지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전력계통영향평가의 도입으로 전력 승인 절차가 더욱 복잡해져 이를 확보하는 환경 또한 점점 더 까다롭고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