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에 팔라고?” 부동산 거래 뚝…1%대 ‘이 대출’이 판 흔들까
“매물은 꽤 나오는 편인데도 집주인들 세금 부담이 줄어드니 굳이 싼 가격에 팔려고 하지 않네요.”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계약금까지 마련했지만 최종 계약에 실패했다. 이유는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 들였기 때문이다. 이 매물은 집주인이 조만간 급하게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시세보다 5000만원가량 저렴하게 내놓았었다. 하지만 집주인은 돌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가 연장돼 매도 시기를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A씨에게 통보했다.
부동산 시장 거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매물은 다수 나와 쌓이고 있지만 집주인의 매도 호가와 매수인의 희망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며 좀처럼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29일부터 신생아 특례대출 접수가 시작되며 시장에 온기가 돌지 주목된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작년 12월 한 달간 신고된 서울아파트 매매 건수는 1820건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월 4000건을 넘긴 뒤 4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12월 거래 신고기한은 1월 말까지인데 현 상황으로 보면 2000건 달성도 불확실하다.
거래가 저조한 이유는 매도인과 매수인 간 희망가격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집주인의 경우 정부의 세금 규제 완화로 가격을 굳이 싸게 내놓을 이유가 사라졌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배제를 2025년 5월 9일까지 1년 연장하는 2023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양도세율 기본세율은 6~45% 수준이고, 여기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중과되는데, 이를 한시적으로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공시가격 하락과 기본공제액 확대, 종부세율 인하 등 영향으로 종부세 부담이 급감한 점도 호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들어 종부세율은 0.6~6.0%에서 0.5~5.0%로 인하됐다.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됐다. 집주인 입장에선 보유세 부담이 줄고,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 기간도 연장되며 급히 집을 팔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요소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고정형) 금리 최저선은 3.3% 수준으로 1년 전보다 1%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금리가 더 내려가면 집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기대감에 쉽게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요자들은 지난해 초 대비 주요 서울 아파트 가격이 1억원 이상 오른 곳이 많아 현재 호가 수준과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물량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7만6072개로 1년 전(5만533개) 대비 2만5000개 이상 늘었다.
한편 이날부터 신생아 특례대출 접수가 시작되며 정부의 정책대출이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신생아 특례 구입대출은 대출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 가구가 저리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대출 프로그램이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 중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이면서 동시에 순자산 4억6900만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 소득과 만기에 따라 연 1.6~3.3% 금리를 5년간 적용받을 수 있어 실수요자들 관심이 높아. 접수가 시작된 이날 특례대출 신청이 가능한 기금e든든 인터넷 홈페이지는 1시간 가량 접속 지연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