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주차·층간소음 “오히려 좋아?”…재건축 더 빨라질 수 있다는데

앞으로 주차 시설이 열악하고 층간소음이 심한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안전진단 기준도 생활 편의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11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종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전진단 기준을 배관, 주차, 층간소음 등 생활 제반요소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1·10 대책에서 재건축 사업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준공 30년이 지난 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절차를 뒤로 미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사업에 착수했는데 이후에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어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우려에 박 장관은 “현재 안전진단은 콘크리트가 튼튼한지 여부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며 “주차장, 배관, 소음 등 주거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 들어 안전진단 기준은 한 차례 완화된 바 있다. 국토부는 기존 구조안정성 점수가 전체 평가의 50% 비중을 차지하던 것을 30%로 낮추고, 주거환경(15%->30%)과 설비노후도(25%->30%)의 비중을 높였다. 이에 더해 앞으로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1·10 대책 발표 이후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통합 재건축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안전진단 절차가 뒤로 미뤄지고 허들도 낮아지며 통합 재건축에 따른 ‘안전진단 면제’ 인센티브가 약화됐다는 평가 때문이다. 성남시 분당구 한 주민은 “정부에서 통합 재건축을 하면 안전진단 면제와 같은 규제 완화를 적용한다고 해서 어렵게 주민들 동의를 이끌어왔는데, 이번 발표로 인해 개별 재건축으로 이탈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합 재건축의 경우 이해 관계자가 늘어나는 만큼 주민간 갈등이 커지고 사업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주민들 우려사항 중 하나다.

하지만 국토부는 여전히 통합 재건축 이점이 크다는 입장이다. 우선 안전진단 면제 외에도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 재건축은 안전진단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업성이 문제 돼 중단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통합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이 상향돼 사업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개별 재건축보다 통합 재건축이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병길 국토부 도시정비기획준비단장은 “특별법이 아닌 도시정비법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도시정비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해 특별법을 통한 재건축보다 시일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도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건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형태로 제도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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