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돌려줘” “배째라”…주택보증금 분쟁 조정 ‘있으나마나’였네
보증금 관련 조정 신청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실제 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10건 중 단 2건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총 1455건이었다. 이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건은 22.4%인 329건으로 확인됐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주택임대차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을 소송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심의·조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주택·상가 임대차 분쟁조정 사업을 통해 임대차와 관련한 분쟁을 신속히 조정해 준다며 제도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를 통해 실제로 조정에 성립한 비율은 2020년 34.1%에서 2021년 21.5%, 2022년 22.5%, 2023년(8월 기준) 22.4%로 3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충북(2건)과 제주(2건)가 거의 조정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서울 14.6%, 세종 15.0%, 경북 19.2%, 경기 남부 19.7%가 뒤를 이었다. 강원 66.7%, 전북 36.4%, 경기 북부 32.7%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립률을 보였다.
반면 조정 절차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각하되는 비율은 조정 성립률보다 2배가량 높은 42%로 확인됐다. 각하율은 2020년 31.8%, 2021년 40.5%, 2022년 46.1%, 2023년(8월 기준) 38.4%로 해마다 증가하다가 올해 소폭 감소했다.
각하 건은 주로 임대인과 임차인 중 한쪽이 조정에 응하지 않아 발생한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피신청인이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고 통지하면 신청이 각하된다. 각하 건의 87.2%가 이에 해당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아무런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신청을 각하하도록 했던 관련 법 조항을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통지한 경우’로 개정했지만 각하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조정 신청 건은 보증금이나 주택 반환 유형이 392건으로 가장 많았고 손해배상 335건, 계약갱신·종료 314건 순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임대인과 임차인 의견이 서로 달라 분쟁이 발생했는데 한쪽이 거부하면 신청이 각하되는 건 신속한 분쟁 해결이라는 조정위원회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조정안을 만들어 분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