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구축 사러 몰려갔구나…20~30대 청약당첨 고작 1%
서울에 거주 중인 직장인 한 모씨(34)는 최근 주택 매입을 고민하고 있다. 한씨는 지난해 초 결혼식을 올리며 전세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한씨는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며 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시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떨어졌을 때 당첨 기회를 놓친 뒤 올해부터는 경쟁률이 치솟으며 청약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하게 됐다. 그는 “서울은 워낙 분양 물량도 적고, 경쟁률도 높아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약만 바라보다가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 같아 구축을 매입하려 한다”고 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이하가 청약에 당첨될 가능성은 1%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약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자 30대가 구축 매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매일경제가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청약 당첨 및 신청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 거주하는 30대의 청약 당첨 가능성은 1.1%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초부터 2023년 3월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청약 당첨 인원을 서울 거주 청약 신청자 수로 나눈 값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청약 수요자들의 알 권치 충족을 위해 올해부터 지역별, 연령별 청약 신청 현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서울은 모든 연령대의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의 당첨 가능성은 2.9%, 50대는 3.4%로 집계됐다. 반면 다른 지역의 청약 당첨 가능성은 서울보다 높았다. 제주에 거주하는 30대의 경우 청약 당첨 확률이 19.3%에 달했다. 경북(11.9%), 전남(11.5%), 전북(10.6%) 등에 거주하는 30대 이하의 청약 당첨 가능성도 10%가 넘었다.
이처럼 지역별 청약 당첨 가능성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역별 인구와 분양 물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주 인구가 많을수록 청약 신청자는 많지만, 분양 물량은 인구에 비례해 나오는 것이 제한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신규 택지가 부족한 가운데 한동안 재건축·재개발도 막히며 분양 물량이 적었다. 최근 3년간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이하의 청약 신청자 수는 84만7328명에 달했지만 당첨자는 9478명에 불과했다. 경기도는 무려 200만명 이상의 30대 이하 인원이 청약을 신청했다.
전국적으로 30대 이하의 청약 당첨 가능성은 5.3%로 40대(6.3%)·50대(6.2%)와 비교해 낮았다. 이는 청약 제도가 가점제 위주로 운영돼 무주택 기간이 긴 중장년층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청약 가능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아진 청년층은 내 집 마련을 위해 구축 매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30대의 매입 비율이 26.6%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주택 주 구매층인 40대 비중(25.6%)보다 높은 것이다. 서울에서도 올해 1분기 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30.9%로 40대(26.2%)보다 높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청약 시장은 돈이 되는 곳으로 청약 수요가 몰리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공급 물량이 적은 서울의 청약 경쟁률이 더 높아지며 향후 당첨 가능성이 적은 세대는 다시 구축 매매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