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상징 은마아파트…드디어 혈 뚫리나?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갈등을 빚던 아파트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가 빠른 재건축을 위해 협약을 맺고 갈등을 봉합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소유자의 75% 이상은 이미 조합 설립에 찬성한다는 동의서까지 제출했다.

30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4424가구 가운데 아파트 소유주 4분의 3 이상이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 제출을 완료했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아파트와 상가 각 동별로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시에 전체 단지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주민들 간 갈등이 있으면 조합 설립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마아파트도 그간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 간 갈등으로 조합 설립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상가 소유주 50% 이상이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와 은마상가 재건축추진협의회가 지난 26일 업무협약을 맺으며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두 위원회는 그간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했던 4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를 봤다. △조합에 상가측 이사·대의원 포함 △상가 조합원 분양 비율 △아파트·상가 재건축 비용 정산 방안 △조합창립총회 의결 후 협약서 공증 등이다.

마지막까지 이견이 있었던 상가조합원 분양 비율은 10%로 최종 합의했다. 통상 재건축 과정에서 상가 조합원은 상가를 분양 받는 걸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현행법 상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도 있다. 새로운 상가의 분양가격에서 기존 상가의 권리가액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이 큰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번 합의에 의하면 남는 금액이 아파트의 최소형 평수 분양가의 10% 이상이면 1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다.

현재 대치역에 인접한 은마상가 위치는 재건축 이후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총 사업비를 어떻게 정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기준을 만들었다. 아파트와 상가 건축비는 각각 산정해 부담하는 식이다.

대신 공동비용에 대해선 건축 연면적, 토지면적, 가구 수 중 하나를 기준으로 산출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협약은 조합창립총회에서 의결이 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전체 조합원의 과반 이상이 총회에 참석하고, 참석자 과반 이상이 동의해야만 한다.

상가와 갈등이 일단 봉합된 만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조합 설립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르면 7월에 조합 창립총회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이 만들어진 후에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을 고시했다. 고시에 따르면 1979년 준공돼 44년 동안 자리한 은마아파트는 현재 28개동, 4424가구 규모에서 33개동, 5778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최고 층수는 일단 35층으로 명시됐다. 하지만 최근 강남 일대가 50층 안팎의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새로 생기는 조합이 이를 고려해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올릴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은마아파트는 31평과 34평 2개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며 “그런데 정비계획안에는 31평이 없어서 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민 의견이 많다”고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오래 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시공사도 이미 삼성물산과 GS건설로 정해진 상황이다. 조합 설립 후 시공사 선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다음 단계인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빠르게 밟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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