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만들고 서울시가 뒤집어…신림동 재개발에 무슨 일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2년 전 직접 현장을 찾아 ‘신속통합기획 1호’ 재개발 사업지로 내세운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팀이 조합과 함께 만든 재개발 계획안을 서울시 건축위원회가 뒤집었기 때문이다. 조합 측은 “행정 일관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신림1재정비촉진구역(신림1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서울시에 “건축심의 의결을 정정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신림1구역은 관악구 신림동 808 일대에 위치한 약 22만 3000㎡ 규모의 대단지다. 낡은 저층 주택 2886가구가 모여 있어 2008년부터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무허가 건축물 등 문제로 사업이 계속 지지부진했다.

이곳 재개발 사업은 2021년 오 시장이 현장을 찾아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시작을 선언하며 급물살을 타게 됐다. 신통기획은 서울시와 민간이 정비계획안 초안을 함께 만드는 제도다. 서울시가 초기부터 개입하면 빠른 심의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 취지다.

실제 신림1구역은 신통기획에 참여해 서울시와 손잡고 정비계획안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재정비위원회 심의 문턱을 7개월 만에 빠르게 넘었다. 당시 계획안에는 신림1구역을 최고 29층 높이, 410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공성은 임대상가와 임대주택 37㎡(413가구), 59㎡(193가구), 84㎡(10가구)를 받는 방식으로 확보했다.

서울시 재정비위원회에선 공공임대상가와 소형 임대주택 413가구를 한 데 모은 주상복합 건축물을 별동으로 세우는 계획을 마련했다. 대신 별동은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삼각형 모양의 랜드마크 동으로 만들라고 했다. 디자인을 특화해 임대주택이 모인 별동이 소외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곳이 서울대 인근에 있는 만큼 청년들이 찾는 특별 공간을 만들라는 의도기도 했다.

조합은 이를 따라 후속 절차를 밟았지만 건축 심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랜드마크동 별동 구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셜믹스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조합에 임대주택을 따로 빼지 말고 혼합 배치하라고 다시 지시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삼각형 랜드마크동에 대한 건축계획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보고하라고 기한을 앞당겼다.

조합은 “서울시에서 수립한 계획을 서울시가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며 “부서가 다르다고 말을 바꾸면 행정 일관성이 없는 거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어 “건축 심의를 수용하면 건축 배치와 임대주택 계획 내용을 모두 수정해야 한다”며 “막대한 사업 손실과 일정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조합은 “설계공모는 소셜믹스 없는 별동 계획을 전제로 앞으로 관리처분인가 전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림1구역 위치도
신림1구역 위치도

서울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건축위원회가 소셜믹스는 임대주택 거주민들이 차별받지 않기 위한 공공적 가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림1구역 조합은 “그럴거면 애초에 신통기획안을 마련할 때부터 혼합배치로 계획을 짰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시는 다른 재개발 지역에 대한 신통기획안을 속속 확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금천구 시흥동 810번지 일대를 최고 35층 높이의 1100가구 단지로 재개발하는 내용의 신통기획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상지 안에 1종 일반주거지역은 7층 높이 제한이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2종7층)으로 용도를 올려줬다. 기존 2종 7층 지역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 됐다. 이에 따라 13층 내외로 층수를 계획할 길이 열렸다.

시는 ‘도시 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에 따라 창의적, 혁신적 디자인으로 설계할 경우 높이 계획이 유연하게 적용되도록 풀어주기도 했다. 관악산 자락 인근에 있음에도 최고 35층까지 층수를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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