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특색 없는 OOO길 이제 안됩니다”…‘메스’ 꺼내든 이유
서울시가 “신사동 가로수길의 특색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며 대규모 상가 개발을 제한하고 나섰다.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이 쫓겨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도 도입한다. 특히 식당 등에 대한 지원을 늘려 가로수길 상권이 갈수록 패션·뷰티 위주로 치우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다.
24일 서울시는 전날 열린 제16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가로수길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이같이 수정가결했다고 밝혔다. 가로수길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압구정 현대고등학교 앞까지 이어지는 은행나무길을 일컫는다. 이 곳은 패션·뷰티 매장과 IT스토어 등이 다수 모여있어 서울의 핵심 상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시는 가로수길 안의 대규모 개발을 제한하고 기존 토지 규모 범위에서만 신축 행위를 허용한다. 서울시는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가로수길은 1990년대 이후 지어진 5~6층 규모의 건축물에 아기자기한 커피숍과 다양한 매장이 생기며 특색 있는 곳이 됐다”며 “그러나 최근 대규모 건축물과 상가가 입지해 기존 특색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개발이 필요한 경우에는 가로수길 활성화를 위한 쌈지형공지 혹은 공공보행통로를 공공에 제공하도록 했다. 공공성이 확보되면 건축협정을 통해 개발을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다. 대신 민간부지에서 건축협정과 리모델링을 통해 공공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 경우 용적률과 건폐율 인센티브(10%)를 제공한다.
또한 서울시는 가로수길에 패션·뷰티와 식음료 업종이 복합적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식당 등이 점차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요 상업가에서 식음료 업종이 1층에 위치한 비중이 가로수길은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이 78%, 관악구 샤로수길이 60%, 마포구 망리단길이 51%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서울시는 “가로수길 활성화를 위해선 접객 능력이 높은 식음료 업종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획안에는 이에 건물 최상층에 식음료 업종을 도입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담겼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도 임대료 인상기간을 10년 이상 유지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하면 임차인에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마련됐다.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서울시는 보행 연속성을 단절하는 차량출입구 설치를 제어하기 위해 가로수길 전체를 ‘제한적차량출입불허구간’으로 설정했다. 이는 원칙적으로 차량 출입이 허용되지만 개별 대지에서 건축 행위를 할 때 자율적으로 차량 출입을 금지하도록 유도하려고 지정하는 구간이다.
이번 계획안은 주민재열람과 결정고시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에도 가로수길만의 특성을 유지하며 젊은 층이 계속하여 선호하는 서울시내 대표적 상업가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