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클럽’ 천하 8개월 만에 와르르…강북 아파트 평당 평균가 5천만원 붕괴
부동산 침체기가 계속되면서 평균 10억원을 돌파했던 서울 강북 아파트 값이 8개월 만에 9억원대로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3.3㎡당 매매 가격은 5000만원선 붕괴를 눈앞에 뒀고 전국 매수우위지수도 2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5일 KB부동산의 월간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 강북권 14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9억9576만원으로 10억원 아래로 내렸다. 강북권 아파트는 올해 2월 10억487만원을 기록하며 ’10억 클럽’에 들어선 뒤 6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0억 1400만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시황이 악화하며 7월부터 하락을 시작해 8개월 만에 9억원대로 떨어졌다.
일례로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파크뷰자이’ 전용 59㎡는 작년 12억5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7월 9억원에 매매되며 3억5500만원 하락했다. 전용 84㎡는 지난달 11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신고가 15억4000만원 대비 3억5000만원 내린 가격이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달 7억8843억원으로 한 달 만에 1332만원이 하락하며 8억원선이 무너졌다. 수도권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지난 2월 8억원대에 올라선 후 8개월 만에 앞자리가 바뀌었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12억6628만원으로 아직 12억원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7월 12억8057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3개월(8월 178만원→9월 225만원→10월 996만원) 연속 하락했다. 이달 서울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5007만원으로 9월(5093만원)보다 1.7% 하락했다.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고려하면 다음 달께 5000만원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노원·도봉·성북·강북구 등 서울 외곽의 집값이 급격히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강북권 아파트의 ㎡당 평균 매매가격은 9월 1291만6000원에서 10월 1266만5000원으로 크게 하락했고, 도봉구·노원구·성북구·강북구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강남권도 하락거래가 크게 늘어 평균 아파트값이 억 단위로 떨어졌다. 10월 강남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1456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평균 집값은 7억8844만원으로 9개월 만에 8억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역학 관계를 나타내는 매수우위지수는 이달 전국을 기준으로 19.2를 기록해 지난달(21.9) 대비 소폭 하락했다. 전국 매수우위지수가 20.0선을 밑돈 것은 2000년 12월(15.3) 이후 약 22년 만이다.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9월 24.9에서 10월 23.0으로 하락했다. 이 역시 2013년 8월(12.2)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매수우위지수는 매수세와 매도세의 활발함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0~200의 값을 가지며 값이 작을수록 매수자에 비해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한 집값 하락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매매전망지수는 58.5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밑돌수록 ‘하락’ 전망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은 61, 경기는 62.3으로 서울보다 다소 높지만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 집값은 금리가 결정하고 있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며 “금리가 높아지는 것 자체보다 어디까지 높아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매수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어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으로 귀결되고 있고, 이런 상황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