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통과’ 은마는 달리고 싶은데…아직 갈길 멀다 왜?

지난 19일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오랜 기다림 끝에 재건축 조합 설립에 나서면서 향후 행보에 부동산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 완화 기조 속에 도시정비계획위원회 문턱을 넘은 것은 호재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일 부동산·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을 위해 당장 협의해야 할 과제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변경과 35층으로 승인받은 최고 층수 상향 여부 등이 꼽힌다.

GTX-C노선은 회천신도시 덕정역부터 수원역, 안산시 상록수역을 잇는다. 노선 가운데 삼성역~양재역 구간에 은마아파트가 있다. GTX-C노선이 단지 지하를 관통하면 지반 붕괴 위험이 높다는 것이 은마아파트 주민들 주장이다.

이에 GTX-C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은마아파트 우회 노선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현재 노선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 선안은 현대건설과 협상이 진행 중으로 기존안과 우회안 가운데 사업비, GTX의 기능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며 “실사협약이 체결될 때쯤 결론이 날 텐데, 내년 상반기께 실사협약 체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GTX-C노선이 우회 노선을 채택할 경우 새롭게 통과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반발할 수 있어 국토부가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 제공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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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 제공 = 서울시]

또한 서울시의 ’35층 층수 규제’가 폐지되면 은마아파트가 조합 설립 후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변경해 정비계획안을 새롭게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고 층수가 35층으로 통과된 것은 지나친 고층화와 공사비 증가를 피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단지를 추구하는 민간의 시각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의 최고 층수는 35층이다. 은마아파트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35층 규제 폐지 방침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2월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내년 3월 조합 설립 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합 설립 인가가 통과되면 최고 49층 높이로 정비계획안 변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49층으로 최고 층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층수 규제 폐지’를 담은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이 새롭게 발표돼야 한다. 새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은 이르면 연말에 발표될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은마아파트의 최고 층수 49층 상향 여부는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가늠쇠가 될 전망이다. 만일 49층 초고층이 허용되면 주변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 자칫 가격 폭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어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 한복판에 있는 은마아파트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함께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데, 은마아파트의 규제를 풀면 일대 부촌 아파트 모두 같은 수준으로 재건축하려고 할 때 이를 막을 명분이 없다.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정부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면적이 약 6000㎡에 달하는 상가 재건축도 부담이다. 은마아파트는 상가 조합원이 39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둔촌주공도 상가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건축이 쉽지 않았다”며 “상가에 입주권을 주면 일반분양분이 감소해 조합원 부담이 더 늘어나는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정비사업 환경이 사업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 금리 인상 등으로 정비업계에서는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모든 정비사업지에서 사업비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은마아파트를 시작으로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이 촉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서울 집값이 더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하락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건축 단지 입장에서는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것보다 금리 인상, 경기 침체가 최대 화두이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조합원들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재건축 속도가 다른 단지들에 비해 늦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이 덜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재초환 부담금 개편안을 통해 부과 시점을 추진위 구성에서 조합 인가 시점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수억 원 규모 재초환 부담금을 내야 하는 재건축 단지들 사이에서 감면폭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재초환은 여전히 재건축사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합 설립 인가가 아직 나지 않은 은마아파트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라는 점에서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박 교수는 “조합 설립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2023년 공시 가격이 기초 가격이 되는 만큼 역으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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