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오를까 무서워 눈 딱 감고 질렀다”…부동산 ‘인싸’ 된 90년대생

“전세 살자니 ‘전세사기’가 무섭고, 미루자니 집값 올라 못살까 봐 눈 딱 감고 질렀습니다.”

올해 초 결혼한 30대 김 모 씨는 경기 화성에 전용 59㎡ 5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했다. 당초 빌라 전세를 알아보다 전세사기 당할까 무서워 아파트 전세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예상보다 높은 전세가에 고민하다 매수로 마음을 굳혔다. 김 씨는 “부모님은 일단 전세 살면서 돈 모아서 집 사라고 하셨지만, 전셋값 뛰는 것을 보고 내 집 장만을 해버렸다”고 했다.

9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물 생애최초 매수자 비율은 서울 42.4%, 수도권 48.2%로 2014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생애최초 매수자 비율은 1년 전부터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생애최초 비중은 서울이 31.6%, 수도권 37%였으나 나란히 1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수도권에서 집을 산 사람 2명 중 1명은 생애최초 매수자란 얘기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2030세대나 결혼과 출산을 겪는 젊은층이 내집마련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생애최초 매수자는 평생 한 번도 집을 산적이 없는 무주택자를 뜻한다. 집을 샀다가 처분한 무주택자와 다르다. 생애최초 매수자 주 연령층이 30대인데, 20~40대로 넓히면 80%에 육박한다.

30대가 주축인 흐름은 중장년~고령층이 부동산 시장을 이끌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부동산은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산이 있거나 장기간 자본을 형성한 고령자가 유리하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주요 매수자가 40~50대였고, 60대도 활발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정책 대출을 활용한 2030이 부동산시장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특화된 정책을 적극 시행해 내 집 마련 문턱이 낮아진 결과다.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신생아 특례대출이나 최대 LTV 80%까지 적용되는 생애최초 대출로 내 집 마련에 나섰다.

혼인·출산 연령대인 30대 인구도 증가세여서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91년생부터 1995년생은 매년 70만명 이상 태어났고, 이는 앞서 30대에 진입한 1986~1990년대생이 한해 62만~64만명씩 태어난 것과 비교해 30대로 진입하는 청년인구가 더욱 늘어난다는 얘기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향후 5년간 급증하는 30대 인구가 주택시장 수급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증가하는 수요를 맞출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지 정부가 면밀히 파악하고 공급이 부족하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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