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건설사 주택 수주 10년만에 최저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사비 증가로 국내 건설사의 수주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며 향후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12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들의 주거용 건축(주택) 수주액은 총 10조95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약 21조3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며 전년 동기 대비 7%가량 감소한 수치다. 주택 수주는 신규 주택 사업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를 의미한다.
건설협회는 매월 회원사(종합건설업체)의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을 조사한다.
국내 건설사들의 분기 주택 수주액이 11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14년 2분기(10조4016억원) 이후 약 10년 만이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역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이 감소한 건 공사비 급등에 따른 수주 회피 현상이 건설업계에서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가 너무 올라 수주해도 이윤이 나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수주를 꺼린다”며 “여기에 부동산 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여파로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재 가격 등이 워낙 오르다 보니 적정한 공사비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분양가가 받쳐주는 사업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수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공공부문 주택 수주액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 1분기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 중 공공부문 수주액은 2709억원에 그쳤다. 이는 2005년 1분기 이후 1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직전 분기(약 3조원)에 비해선 10분의 1 수준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건설사들의 수주 외면 경향에 더해 올해 1분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주택 사업 발주가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LH 관계자는 “2기 신도시 공공주택(분양·임대)에 대한 발주가 끝나고 3기 신도시 발주를 앞둔 상황에서 발주량 자체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LH 혁신안의 하나로 지난달부터 LH 공공주택에 대한 시공업체 선정 업무가 조달청으로 이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LH 관계자는 “발주 기능 이관을 준비하면서 일부 단지에 대한 발주 작업이 지연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수주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향후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인허가가 이뤄져도 결국 수주가 안 되면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에 수주가 계속 저조하면 공급 부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