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하면 집값 하락’ 옛말…꺾일 줄 모르는 서울 신축 아파트
서울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입주장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대규모 입주장이 펼쳐지며 잔금을 치르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급매를 내놓으면서 가격이 일부 조정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향후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족이 예견되며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 입주가 지난달부터 시작된 가운데 이달 들어 전용 84㎡ 입주권이 13억9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1년 전 거래 가격(11억3400만원)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재개발 입주권은 향후 감정평가에 따라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분양가(9억2500만~10억2000만원)보다 가격이 3억원 가까이 올랐다.
이 단지는 2022년 말 분양 당시만 해도 미국 인플레이션발 금리 인상으로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유예와 전매 제한 완화 등 조치가 이뤄지며 미분양 물량을 빠르게 해소한 뒤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2840가구 대단지 입주로 이 단지를 비롯한 인근 지역 전셋값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북구 아파트 전셋값은 8주 연속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이 단지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엔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가 입주한 바 있다. 이 단지 전용 84㎡ 입주권은 입주가 한창 진행 중이던 1월 최고 13억89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말 입주권 거래 가격이 11억6000만~13억9000만원 선임을 감안할 때 큰 가격 조정이 없는 셈이다. 반면 동대문구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11월 말부터 17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입주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에 몰려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1만2000여 가구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당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대단지 입주로 서울 아파트 전반적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다소 진정 분위기였지만, 이 단지 매매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작년 12월엔 전용 84㎡ 입주권이 27억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세 달 전 거래 가격이 22억~23억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억원 가까이 가격이 뛰어올랐다.
과거엔 대규모 입주장이 펼쳐지면 잔금을 치르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급매를 내놓으며 일시적이나마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8년 말 입주한 입주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다. 9510가구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하며 이 단지 인근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 아파트값이 일시 조정받았다. 이 단지 전용 84㎡도 입주장 여파로 3~4개월간 가격이 14억~15억원대로 눌려 있었다.
최근 들어 입주장 매매가격 조정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건 향후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족이 예견되며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경우 내년 입주 물량이 2만4462가구로 올해(4만6710가구) 대비 47.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분석에 따르면 특히 올해 1분기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69.8% 감소해 향후 주택 공급 부족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여기에 삶의 질에 대한 중요도가 더 높아지며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점도 최근 입주장 가격 조정 공식이 깨진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커뮤니티 시설과 조식 서비스 등 신축 아파트의 삶이 구축에서의 삶과 비교해 훨씬 높아지게 됐다”며 “공급 부족과 신축 선호가 결합돼 입주장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